[역대 최대 ‘190만 촛불’]♬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 우~ 너무 늦게 하야하네 ♬
안치환-양희은 등 공연에 ‘떼창’ “세계서 가장 숭고한 촛불의 바다”
26일 시민 150만 명(주최 측 추산)을 촛불집회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이끈 숨은 주역은 문화공연이었다. 주최 측이 준비한 무대에는 안치환, 양희은, 노브레인 등 쟁쟁한 가수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대중가수들은 12일 3차 집회(이승환), 19일 4차 집회(전인권) 때에도 어김없이 무대에 올라 자칫 격앙되기 쉬운 집회를 축제의 장(場)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 전북 진안군에서 올라온 농민들이 풍물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비옷을 입은 시민 50여 명은 이들을 둘러싼 채 흥겨운 우리 가락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어느 순간 한 여성이 풍물패 안으로 들어가 현대무용을 추기 시작했다. 춤사위가 10분 넘게 이어지다 여성이 주먹을 위로 뻗어 올리자 시민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외쳤다.
집회 내내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대중가요를 개사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1차 행진을 앞둔 오후 4시경 광장에 ‘동물원’의 노래 ‘변해가네’가 나오자 시민들은 ‘우∼ 너무 쉽게 변해가네’라는 가사 대신 ‘우∼ 너무 늦게 하야하네’라고 따라 불렀다.
오후 6시에 시작된 본집회 문화공연 역시 시민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진행됐다. 무대에 가장 먼저 오른 뮤지컬 배우들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수록된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를 번안해 불렀다. 어느새 촛불집회의 애창곡이 된 이 노래는 ‘너의 생명 바쳐서 깃발 세워 전진하라’ 같은 가사를 담아 민중가요처럼 들리지만 영화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
오후 6시 45분에는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수 안치환이 무대에 올라 첫 곡으로 ‘광야에서’를 열창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본 어떤 바다보다도 아름답고 숭엄한 촛불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며 “우리가 비폭력을 유지하는 이유가 인간답게 퇴진할 기회를 주려는 것이란 걸 (대통령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히트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로 개사해 부르자 시민들은 머리 높이 촛불을 들고 환호했다.
오후 8시 지나 시작된 2차 행진 대열 곳곳에서도 타악 공연, 대중가요 ‘떼창’ 등이 벌어졌다. 오후 9시경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앞에서는 대학생 100여 명이 둥글게 모여 자발적인 ‘떼창’ 무대를 가졌다. 이들은 아이돌 그룹 빅뱅의 ‘뱅뱅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췄다. ‘빵야빵야빵야∼ 다 꼼짝 마라’라는 가사는 ‘하야하야하야∼ 근혜 꼼짝 마라’로 바꿔 불렀다. 김호정 씨(24·여)는 “역사의 현장이라 생각하고 나왔는데 이젠 ‘역사의 콘서트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