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순실 성장률 추락’ 경고에도 법인세 인상 강행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9일 00시 00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어제 한국 경제의 단기 위험요인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지목하며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6%로 내렸다. ‘최순실 게이트’를 악재로 지목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인상을 누리과정(3∼5세 무상교육) 예산 편성과 거래하는 방안을 카드로 내놓았다. 하지만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세율을 올릴 때가 아니다”라는 기존 견해만 되풀이할 뿐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정부와 정치권의 인식이 지나치게 안이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15%로 낮추는 파격적인 감세정책을 내놓았다. 영국 독일 일본 등 강대국은 기업 감세 전쟁에 돌입했다. 이 판국에 우리만 증세하자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어제 법인세율 인상에 반대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최근 상황이 그만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이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법인세율 인상안을 내년 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지정하면 국회선진화법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쉽게 통과할 수 있다. 정부가 분명하게 대응하지 않고 KDI 뒤에 숨어 세법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국가’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런 마당에 법인세까지 올린다면 한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제조업의 탈(脫)한국 현상이 본격화하면 한국은 금융과 실물 부문에서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법인세율을 높이려면 기업의 투자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초고소득자의 소득세율 인상만 언급한 것도 법인세 인상의 파장을 책임질 자신이 없기 때문 아닌가.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이 임박한 마당에 법인세 인상을 서두를 게 아니라 중장기 조세개혁의 틀 안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순실#oecd#더민주#법인세 인상#유일호#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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