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이라는 긴 이름의 국회 국정조사가 어제 시작됐지만 대검찰청 기관보고에 김수남 검찰총장이 출석하지 않아 첫날부터 파행을 빚었다. 김 총장은 “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끝내 출석을 거부했다. 국정감사에는 나오는 검찰총장이 국정조사라고 나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나오되 수사에 영향을 끼치는 발언은 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검찰은 2014년 ‘정윤회 문건’ 수사 때 문건 유출만 처벌하고 문건에 담긴 내용은 허위라고 결론 내렸다. 이창재 법무부 차관은 어제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당시 수사에 아쉬운 점이 있다”고 답했다. 당시 검찰이 문건 내용을 철저히 조사했더라면 비선의 국정 농단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김 총장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문건 수사를 직접 지휘했다. 이번 최순실 수사와 2년 전 정윤회 문건 수사의 잘못을 따진다면 김 총장은 특검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관련 의혹이 터져 피고발인만 80명 이상인 미르·K스포츠 재단 고발 사건을 부동산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하는 등 애초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 왜 그랬는지 국민은 알아야 한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가장 중요한 증인은 최 씨다. 최 씨의 변호인은 “최 씨의 국조 출석은 본인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해 처벌을 감수하더라도 출석을 거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유럽에 머물고 있어 출석이 불투명하다. 심지어 직무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은 출석요구서 수령조차 거부하고 있다. ‘출석요구서를 수령하지 않으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국정조사는 검찰과 특검 수사와는 별개로 딱히 범죄와 관련된 것은 아니더라도 국정에 심대한 혼란을 초래했거나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을 대신 풀어주는 정치적 행위다. 그런데도 핵심 증인들이 이런저런 핑계로 출석을 기피한다면 김빠진 국정조사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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