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누리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의총 발언 내용 유출자를 색출하라”고 주장했다. 전날 비공개 의총에서 김종태 의원이 촛불집회에 대해 “전혀 평화시위가 아니다. 좌파 세력이 선동하고 있다”고 한 발언 내용이 동아일보(30일자 A4면)에 보도돼 논란이 일자 제보자를 찾아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날 의총에서 김석기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5%밖에 되지 않는 것은 무분별한 언론의 의혹 제기 때문”이라며 “언론이 제대로 한 게 뭐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최순실 사태를 두고 “겨우 검찰 공소장에 대통령 이름이 나온 것을 갖고 탄핵하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이 사실일 수 있지만 이걸 왜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느냐”고 했다.
홍문종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3차 담화문 발표로) 탄핵을 위해 하나가 됐던 야당으로선 시쳇말로 약이 오를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진태 의원은 촛불집회를 두고 “촛불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의 발언을 보면 손바닥으로 하늘만 가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본질은 제쳐놓고 언론 탓만 하는 것은 성난 민심을 애써 외면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2009년 1월 ‘용산 참사’로 경찰청장 내정자에서 자진 사퇴했던 김석기 의원은 “당시 진압 경찰은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사법부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상황과 박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무리한 해석이다.
이미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을 인정했다. 국가 기밀이나 고위 공무원 인사자료까지 공유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 모든 상황이 언론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 때문이라는 대목에선 할 말을 잃게 된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변하는 자리다. 비공개 발언 유출자를 찾고, 언론을 탓하기 전에 민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아직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있는 건 아닌지 자성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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