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를 TV에서 봤다. 그런데 자신이 잘못한 건 맞다고 했지만 스스로 사퇴는 하지 않고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에 떠넘겼다. 이왕 물러날 거면 그냥 제 발로 걸어 나오면 된다. 그런데 왜, 타인의 몸에 의지해서 나오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이를테면 “나는 아무 잘못이 없지만 여론에 떠밀려 궁지에 몰렸다. 다만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나를 쫓아낼 시점과 방법을 합의하면 법에 따라 쫓겨나겠다. 그러나 국회가 합의를 못 하면 나는 여전히 대통령이고 임기를 다 채울 것이다. 나는 지금도 결백하고, 떳떳하며, 그 어떠한 잘못이 없다. 너무 억울하다” 이런 식이다.
특히 지난 2차 담화 때 성실하게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해 놓고 실제로는 검찰의 대면조사를 피하며 사실상 수사를 거부한 데 대해선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 거짓말을 한 대통령이 되었다.
요즘 ‘순실증’으로 많은 국민이 우울해하고 있다. 최순실과 공모자들이 국민 가슴에 남긴 상처가 너무 깊다. 이른바 집단 우울증, 집단 트라우마다. 우울증은 화병이고, 화병은 마음의 병이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국민들의 집단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명약이 나왔으면 한다.
▼용산공원에 여성사박물관을▼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용산공원 시설물 활용방안 전면 재검토’ 방침에 실망이 크다. 여성계 숙원사업이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로 4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했던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을 포함한 8개 콘텐츠 선정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되었다.
1000만 인구가 살고 있는 서울시의 마지막 허파인 용산공원을 어떻게 조성할지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박물관 지역과 유사한 공원을 이곳 용산공원에 조성했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용산공원은 그 역사성에서 여성사박물관 건립에 적합한 지역이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주둔지라는 점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수많은 여성의 ‘한’이 시작된 곳이고, 이제는 이러한 ‘한’을 극복한 대한민국 여성의 눈부신 발전사를 펼쳐 보여줄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용산공원은 전쟁으로 인한 한국의 시련과 관련이 깊은 곳이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에 더하여 용산공원에 남아 있는 근대문화유산 건축물을 활용한다면 환경 훼손도 방지할 수 있다. 이미 용산공원에는 국립중앙박물관, 한글박물관, 전쟁기념관이 있다. 워싱턴처럼 이 지역에 여성사박물관 외에도 더 많은 다른 다양한 박물관이 자리 잡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매우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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