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여야 유력 정치인들의 발언이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다. 10월 25일부터 시작된 박 대통령의 1차 사과와 지난달 29일 3차 담화에 이르기까지 롤러코스터를 탄 정치 상황 속에서 득실 계산과 함께 말 바꾸기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0월 말 거국중립내각을 사실상 처음 공론화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에게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하기로 하자 야당은 ‘선(先)검찰 수사, 후(後)거국내각 논의’를 주장하며 물러섰다.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다른 야권 주자를 의식한 듯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저는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더니 “지금이라도 (사퇴) 결단을 내려준다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했고 박 대통령이 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임기 단축을 포함한 퇴진 방식을 국회가 정해 달라고 하자 다시 즉각 퇴진과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지난달 중순 △‘정치적 퇴진’ 선언 △여야 합의로 권한대행 총리 추천 △새 총리 중심으로 대통령의 법적 퇴진 등 3단계의 ‘질서 있는 퇴진론’을 제시했다. ‘내년 상반기 대선’ 주장도 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에 대해 “퇴진 선언이 아니다”라고 일축하면서 스텝이 꼬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안 전 대표 측 내부에서도 “탄핵을 고집하다 박 대통령 퇴진 논의 등 정국의 주도권을 쥘 기회를 놓쳤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4월 퇴진, 6월 조기 대선’ 당론도 사실상 안 전 대표의 주장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1일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의 회동에서 ‘4월 퇴진, 6월 대선’을 먼저 제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그만두지 않겠다고 했을 때 탄핵이 되는 거지. 그만둔다고 하는데 탄핵은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탄핵안 처리에 협조하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선협상, 결렬 시 9일 탄핵 동참’으로 돌아선 것이다. 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의원은 “김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 선언 때 ‘100척 높이의 흔들리는 장대 위에서 한발 내디디면 그때 비로소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당나라 고승의 말을 인용했는데, 이럴 거면 그 말을 안 했어야 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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