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문재인의 호소(號召·어떤 일에 참여하도록 마음이나 감정 따위를 불러일으킴)’라는 이름의 연설회를 열고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을 ‘배신자’로 규정하며 탄핵 찬성을 압박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속죄하는 방법은 탄핵에 동참하는 것뿐이다. 타협하거나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추상같은 명령이다”라고 주장했다.
연설회에 참석한 한 고교생은 문 전 대표에게 “새누리당 비박계에서 ‘탄핵에 찬성할 테니 (문 전 대표가 대선에) 불출마하라’고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즉답을 피한 채 “학생의 말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로 촛불 민심과 함께해 달라는 이야기로 이해하면 되느냐”고 했다.
이날 연설회에는 김경수 김병기 손혜원 문미옥 강병원 의원 등 친문 진영 초선 의원들도 대거 자리했다. 일부 의원은 마이크를 잡고 ‘문재인 띄우기’에 사력을 다했다.
김병기 의원은 문 전 대표를 향해 “세상 사람이 모두 부패한다고 해도 그분은 부패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렇게 눈물 흘리지 않았는데, 그 사람이 절 위로해줬을 때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또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목 놓아 울고 싶다”며 “저는 그 사람의 그림자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손 의원도 “‘문재인 키즈’라고 불리는 우리 초선들이 어떻게든 나가서 (탄핵) 목소리를 내야 하고 몸을 던져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우리는 문 전 대표 때문에 국회에 왔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문 전 대표를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민주당 의원이 120명이 있는데 (이 자리에) 보이는 사람만 보이고 나머지 110명은 어디에 있느냐”며 “대통령님이 국회 앞에서 연설하는데 왜 보이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문 전 대표는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하지 못한다면 촛불이 국회로 향하게 될 것”이라며 “탄핵에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던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의 배신 때문에 오늘 탄핵 의결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오전 문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요 대선 주자들을 평가했다. 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아주 친미(親美)적이고 유능한 외교 관료”라며 “외교 관료 가운데 주류 중의 주류”라고 했다. 진행자가 최근 지지율이 급등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과 비교하며 “이 시장은 사이다, 문 전 대표는 고구마”라고 하자 “탄산음료가 밥은 아니지만 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고 답했다. 김종인 전 대표에 대해선 “경제민주화에 일가견이 있으신데 어쨌든 그분은 대선 주자가 아니시니까”라고 했다.
그는 “제가 엄연히 ‘1번 주자’여서 역사가 역행하지 않도록 저지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누리당이 국민의 심판을 모면하고 다시 집권하려면 반드시 저를 밟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누리당의 ‘4월 말 퇴진’ 요구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이렇게 시간을 끌면서 그 사이에 불안한 안보 국면 같은 걸 만들어 장난을 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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