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야권이 정작 탄핵 후 국정 수습 방안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고 있다. 탄핵이 가결될 경우 ‘권한대행 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논의조차 하지 않은 채 예고된 혼란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야권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대표는 3일 촛불집회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광장 민심이 ‘(박근혜 대통령은) 바로 물러나라’이니까 정치권은 그 이후를 생각해야 되는데 대책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들이) 말을 거의 할 수 없다. 개별적으로 얘기하면 (총리 및 과도내각 구성 논의에) 다 동의하는데 아무 소리를 못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이후 다른 야권 대선 주자들과 달리 탄핵 논의와 함께 총리 임명과 거국내각 구성을 위한 여야 협의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손 전 대표는 “정치권이 9일 탄핵을 한다고 하면 그전에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총리로 내세우는 게 정치권의 책임”이라며 “탄핵이 가결되면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인데 그게 국민이 원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손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탄핵 결정 시 60일 이후 치러지는 조기 대선을 감안하면 최소 4개월에서 8개월까지 국정 공백이 생긴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중국의 롯데에 대한 사드 보복, 고용 절벽 등 당면 과제가 많은데도 국정을 책임질 총리 문제에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이런 얘기를 하면 내가 (총리를) 하고 싶어 한다고 오해를 산다는데 누가 나를 총리 시키겠느냐. 총리부터 바꾸는 게 정도(正道)”라며 “정치권은 광장의 함성을 모아 개헌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손 전 대표는 지난달 12일부터 매주 토요일 부인인 이윤영 씨, 측근 2, 3명과 함께 밤늦게까지 집회에 참석해 왔다.
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도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촛불 민심이 심화되니 탄핵으로 선회했는데 (탄핵 이후) 어떻게 할 건가. 아무 대책이 없다”라며 “정당들의 한심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탄핵을) 사전 예측하고 대비하면서 해야 하는데 그런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라고 혀를 찼다.
하지만 야 3당 지도부는 수습 대책 논의에 나섰다가 새누리당과 ‘거래’하는 것처럼 비쳐져 ‘촛불 민심’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만 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야당 주도로 새 총리를 선출하면 야당도 국정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인데, 대선을 앞두고 ‘공동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