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벽돌공은 생업(job), 두 번째 벽돌공은 직업(career), 세 번째 벽돌공은 천직(calling)을 갖고 있다. 미국 유명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 펜실베이니아대 교수(46)의 책 ‘그릿(Grit)’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릿은 열정이 있는 끈기, 즉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정진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더크워스 교수는 타고난 재능과 좋은 환경이 아니라 그릿의 유무가 인간의 성공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더크워스 교수에 따르면 그릿을 함양하고 배가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가 이타성이다. 벽돌 하나를 놓더라도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생업)이나 개인적 성공을 위해 필요한 일(직업)로 보는 사람보다 더 큰 목적과 연관된 일(천직)로 여기는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내가 하는 일이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확신이 투철하다. 당연히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그릿 또한 강하다.
더크워스 교수는 “많은 이들이 천직을 일종의 마법으로 여기고 이를 찾는 데 골몰한다. 하지만 천직은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완성품이 아니다. 나의 일이 타인 및 사회 전체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자문해야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생업인 일과 천직인 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관점과 태도의 변화에 따라 똑같은 일이 생업이 될 수도 천직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볼 때 ‘명사(名詞)가 아닌 동사(動詞)로 답을 유도하라’는 아동심리 전문가들의 조언과도 맥을 같이한다. 의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에게 “아픈 사람을 고치고 싶은 거구나”라고 말하고,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에겐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은 거구나”라고 알려줘야 더 큰 성취감과 동기 부여가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의 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자신의 대통령직 수행이 한국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준다는 강한 확신과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스스로는 성전을 건설하는 천직을 가졌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많은 국민은 대통령이 의미 없는 벽돌쌓기만 한다고 여긴다.
6주 연속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를 메우는데도 ‘국민의 목소리를 준엄하게 받아들인다’는 영혼 없는 답변만 되풀이하는 청와대. 대통령직을 직업이나 생업은커녕 아버지의 유산이나 전리품 정도로 보는 대통령. 국민들 가슴만 타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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