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검찰에서 건네받은 수사 자료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자료는 1t 트럭 1대 분량이다.
박 특검은 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서 윤석열 수사팀장 등 특검 파견이 결정된 현직 검사 10명과 상견례를 했다. 이 회의에 양재식 특검보도 참여했다. 박 특검은 파견 검사들에게 향후 수사 방향과 의의 등을 간략하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회의를 마치고 검찰에서 넘겨받은 수사기록 검토에 들어갔다. 또 추가 파견 검사 10명을 법무부에 요청했다. 40명의 특별수사관은 대한변호사협회와 대한법무사협회로부터 추천받는다.
수사기록을 검토한다는 것은 수사를 시작했다는 의미다. 부장검사급으로 특검팀에 합류한 한동훈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은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중요한 일이라는 걸 파견 검사들이 다 알고 있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말했다.
특검의 초반 수사는 대기업을 위주로 속전속결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특검이 파견 받은 검사들은 검찰에서 기업비리 수사를 잘한다고 손꼽히는 검사들이다. 파견 검사들의 선봉 격인 한 부장검사는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의 횡령·배임 수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이들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꿰뚫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실소유 회사에 광고를 몰아준 혐의가 드러났고, SK그룹은 면세점과 관련해 정부의 두 재단에 돈을 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부장검사는 파견 직전까지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했다.
양석조 부장검사는 2010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에서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을 구속하면서 정권 막후 실세를 수사했다. 금융위원회 파견 경험도 있어 최 씨를 둘러싼 각종 부당 금융거래 의혹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일선 특수부의 대표 격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 2부의 부부장검사인 고형곤, 김창진 검사도 특검의 기업 수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팀의 이런 면면은 특검이 검찰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수사 역량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게 한다.
특검 기간이 한정돼 있는 터라 특검이 언제부터 관련자 소환과 압수수색에 나설지에 대한 관심이 크다. 2007년 삼성비자금 특검은 특검보가 임명된 지 일주일 만에 첫 참고인 조사가 이뤄졌다. 2012년 내곡동 사저터 매입의혹 특검은 특검보를 임명한 지 4일 만에 핵심 관계자들을 출국금지하고, 이튿날 주요 장소들을 압수수색하며 수사 속도를 높였다.
BBK의혹 특검도 특검보 임명 4일 만에 관련 장소들을 압수수색했다. 박 특검이 속전속결 수사를 강조하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수사 범위가 아주 광범위하기 때문에 조만간 대대적인 압수수색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한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구속만기일에 맞춰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장시호 씨(37)를 기소하며 사실상 검찰의 임무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 확대간부회의에서 특수본이 마지막까지 수사에 최선을 다할 것과 특검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특검 인계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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