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여명숙 前단장, 기형적 구조 지적
직제상으론 미래부 소속이지만 실질적 운영은 문체부가 맡아… 예산집행 감사 한번도 안 받아
차은택 씨가 주도했던 문화창조융합본부가 기형적 조직 구조 탓에 국고가 줄줄 샜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도 여전히 영수증 지출에 대한 감사를 받거나 투명성을 위한 조직 개편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가 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창조과학부에 확인한 결과 지난해 2월 출범한 문화창조융합본부의 영수증 관리 등 예산 집행 실태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5년간 7000여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으로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사업으로 지목돼 국회 예산이 대폭 삭감된 사업이다.
차 씨 후임으로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을 맡았다가 한 달 반 만에 해임됐던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은 7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합법적이고 적절한 시스템인 것처럼 가장해서 구조적으로 국고가 새 나가게 한 것”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여 전 본부장은 “영수증을 달라고 하니 결재와 보고는 문체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미래부 소속인 본부장은 ‘볼 권한이 없다’고 했고, ‘그러면 문체부에서 기획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우리 조직은 미래부’라고 하는 등 해괴한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의 근본 원인으로는 문화창조융합본부의 기형적인 구조 때문이다. 직제상 문화창조융합본부는 미래부에 소속돼 있지만 실질적 운영은 문체부에서 관장한다. 올해 1300억 원에 이른 예산 역시 대부분 문체부 산하 콘텐츠진흥원이 지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문화창조융합본부는 문체부 소속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비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에만 장관 지시에 의해 특별감사를 할 수 있다”라며 “여 전 단장의 말만을 근거로 감사를 실시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미래부도 “문화창조융합본부는 우정사업본부처럼 미래부 ‘소속 기관’이 아니라 미래부 소속의 ‘별도 기구’로 분류돼 있어 의무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별도기구에 대한 감사는 통상 해당 조직이 해산될 즈음에 그 동안의 업무 수행이 조직 설립 취지에 맞게 이뤄졌는지를 두고 감사원이 정책감사를 벌이는 형태로만 진행돼 왔다. 문화창조융합본부는 대통령이 ‘문화융성’을 명분으로 직접 챙긴 조직이여서 그 권력이 살아있는 동안은 사실상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한편 문체부 측은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내년 예산이 국회에서 차은택·최순실 사업으로 분류돼 780억 원이 삭감됐다”며 “조직 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조만간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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