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메리 토드 여사는 옷값을 감당하지 못해 백악관에서 쓰려고 사둔 비료를 내다 팔려고까지 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는 디자이너의 옷을 빌린 뒤 안면몰수하고 돌려주지 않아 구설에 올랐다. “퍼스트레이디라서 사야 하는 옷이 너무 많았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의 회고를 들어보면 여성 지도자에게 옷은 의식주의 하나라기보다 정치행위다.
▷이명박 전 대통령, 영국 찰스 왕세자의 옷을 만들었던 ‘장미라사’ 이영원 대표는 옷을 은쟁반에, 사람을 금사과에 비유했다. 옷 자체가 너무 화려해선 안 되고 세련된 절제미를 통해 사람을 돋보이게 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미국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인 랄프로렌의 정장 슈트를 입고 아메리칸드림 이미지를 강조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간판도 없는 샘플실에서 비선 실세의 지시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해외 순방길에 나섰다. 은쟁반의 절제나 금사과의 품격이 배어났는지는 회의적이다.
▷그제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에 출석한 고영태 씨는 1500만 원 상당의 가방, 3000만 원 상당의 옷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최순실 씨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 줬다고 증언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박 대통령이 취임 후 구입한 옷이 370벌이고 시세로 7억여 원이라는 추계까지 내놓았다. 최 씨가 대가를 바라고 자기 돈으로 사준 옷을 대통령이 받아 입은 것이라면 대통령에 대해 수뢰죄를 물을 수 있다. 최 씨는 뇌물을 준 셈이 돼 증뢰죄를 적용받을 수 있다.
▷청와대는 어제 옷 대금과 관련해 “대통령이 용도에 맞게 정확히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옷 용도에 대통령 개인용뿐 아니라 공식 행사용도 있을 것이라는 설명은 옷 대금에 대통령의 사비와 청와대 경비가 섞여 있다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고가의 옷값을 사비로 냈다면 대통령의 재산이 해마다 수억 원씩 늘어난 점을 설명하기 어렵다. 청와대 경비로 옷값을 냈다면 민간인인 최 씨가 예산을 집행한 셈이 된다. 청와대가 어설픈 해명으로 의문만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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