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병신년…‘원숭이 해’ 탄핵, 평행이론 운명의 주인공은?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12월 9일 11시 31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이 있었던 2004년은 갑신년, 원숭이 해 였다. 그로부터 딱 12년 후인 병신년 원숭이 해에 대한민국은 다시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맞게 됐다. 이번 탄핵의 중심에는 공수가 뒤바뀐 운명, 또는 두번이나 탄핵에 앞장서는 운명을 맞게 된 인물들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잘못 보좌하고 탄핵사유의 공범이라는 의혹까지 받는 처지가 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12년 전에는 국회 법사위원장이었다.

김기춘 당시 법사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자 “국회에서 가결됐기 때문에 헌재에서도 국회의 소추를 가결하시리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환영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최전선에서 외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년 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관 신분으로 최전선에서 탄핵을 막는 방패 역할을 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변호인단 간사는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자 “헌재법정에 대통령을 불러내서 뭐하겠다는 거냐”며 “정치 공세를 취하고 흠집 내자는 것”이라고 분노를 토했다.

‘김기춘과 문재인’은 12년 만에 완전이 뒤바뀐 운명을 맞이한 대표적 인물이다.

이들과는 조금 다르게 두 번이나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는 의원도 있다.

12년전 새천년민주당 선대위원장이었던,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번에도 탄핵을 주도하고 있다.

추 대표는 지난 8월 한 라디오에 출연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고 찬성표를 던진데 대해 “제 정치 인생 중에 가장 큰 실수고 과오였다”고 회상했다.

이 발언이 있고 약 두달 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촉발됐고, 추 대표는 제1야당의 수장으로서 탄핵을 주도하는 운명을 맞게 됐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당시엔 야당 의원, 현재는 여당 비주류를 대표해 탄핵에 동참하고 있다.

당시 야당의원으로 국회의장석 점거까지 하면서 온몸으로 탄핵에 앞장섰던 김 전 대표는 이번에도 여당 의원으로서는 최초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누구보다 가장 크게 처지가 뒤바뀐 사람은 박 대통령 본인이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 대통령은 미소 띈 얼굴로 노무현 탄핵안에 표를 던졌다. 12년이 지난 오늘 박 대통령은 본인의 탄핵안에 표를 던지는 의원들을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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