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양승함]탄핵심판 기간에는 위기 대응 協治가 절실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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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전 연세대 교수 정치학
양승함 전 연세대 교수 정치학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찬성 234표로 압도적으로 가결시킴으로써 국치(國恥) 수준의 최순실 사태를 수습할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웠다.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에 의해서 자행된 전대미문의 국정 농단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6주 동안 총인원 600여만 명의 촛불시위로 분출되면서 우왕좌왕하던 여야 정치권이 마침내 헌법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탄핵안 가결과 동시에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서지만 적어도 180일 이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여부와 헌재 결정 이후 60일 내 조기 대선이 끝날 때까지는 정국의 불안정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침체와 안보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 지도자들은 이와 같은 과도기적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 위기와 혼란을 최선을 다해 예방해야 한다. 짧으면 4개월, 길면 8개월까지 연장될 수 있는 과도정부하에서 정치권이 각자의 이해관계에만 집착하여 정치적 갈등을 첨예화시킨다면 국가와 국민은 더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국민은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경악과 분노를 해학과 풍자의 민족 지혜로 승화시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평화적이고 질서 있는 촛불시위를 전개했다. 국민은 놀라운 집단지성을 발휘해 국격 실추의 창피함과 절망감을 스스로 치유하듯 경이롭고 성숙한 시위문화의 이정표를 세계에 제시했다. 국민이 국가의 자긍심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는데 정치 지도자들이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치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민심과 헌법에 따라 공치(共治)와 협치(協治)에 나서야 한다. 박근혜 정권은 그동안 독선과 불통으로 국가관리 시스템을 송두리째 망가뜨리고,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최순실 일당에게 국무를 침해당했다. 정치 지도자들은 기능 부전의 국가관리 시스템을 정상화하고 모든 정책 결정은 공식 채널을 통함으로써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와 정부가 협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상시적이고 정례적인 협치 과정을 통해 과도정부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국정 운영을 도모하고 국회는 이를 감시하고 협력하는 제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구태의연한 정파적 이합집산의 갈등을 청산하지 못하면 또다시 국민적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협치는 4·13총선에서 나타난 국민 명령인데 이를 실행하지 못한 정치권이 이제는 심각한 시험대에 올라있는 것이다.

 국민 다수는 불요불급의 혁신 이외에 지나치게 과격하거나 미온적인 대처 모두를 원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어 즉각 사퇴를 요구하거나 총리 탄핵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적인 문제와 더불어 정치적 불안정성을 확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통령의 즉각 퇴진보다는 정상적인 헌법 절차를 밟는 것이 그동안 후퇴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문제 역시 법적 근거 없이 이뤄진다면 안정적 사태 수습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어차피 마땅한 대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번 기회를 주고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촛불시위가 평화적으로 귀결되고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는 이유는 바로 촛불민심이 자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촛불민심은 대통령의 탄핵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개혁, 정경유착의 부조리 제거, 일부 기득권층의 부패와 사치 행태 척결 등 사회 전반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은 이러한 요구들이 과도정부 기간에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정치권이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원할 것이다. 그런데 일부 계파는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충성심에 매몰되어 있고 또 다른 계파는 대선 전략에 함몰되어 정국의 혼돈을 부추기고 있다. 민주적 법치주의 테두리 내에서 국민적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는 정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정파와 사적 이익을 넘어 큰 정치를 통해 국가 위기를 극복할 지도자를 국민은 찾고 있다.

양승함 전 연세대 교수 정치학
#대통령 탄핵소추안#탄핵 가결#최순실#헌법재판소#촛불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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