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당, 이제는 비박 ‘탄핵파’가 주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2일 00시 00분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어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이정현 지도부에 대해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배 방조와 옹호, 최순실의 국정농단 단죄 노력을 방해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친박(친박근혜)계를 겨냥해서는 당을 특정인의 사당(私黨)으로 만들고 국정농단 범죄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며 스스로 당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비박계가 탈당이나 분당을 거론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일단 당을 지키면서 지도부 교체와 쇄신을 통해 진정한 반성과 변화를 보여주자는 방안을 선택한 셈이다.

 9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는 이제 새누리당의 주류가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재적 300명 중 유일하게 표결에 불참한 최경환 의원과 반대 56표를 합치면 탄핵이 부당하다고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한 의원은 57명이다. 128명의 새누리당 의원 중 진짜 친박(친박근혜)은 57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무효와 기권표를 제외하더라도 새누리당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이 최소 62명인데 이보다도 적다. 이제 새누리당의 주류가 친박에서 ‘탄핵파’ 즉 비박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탄핵만은 막으려 했던 친박 지도부가 당내에서 불신임당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도는 13%로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35%)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집권여당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9일 탄핵안 가결 직후 “(기존에 제시한) 12월 21일 전에 물러날 용의가 있다”면서도 “당 공백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만 마련되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비상대책위원장 선출과 비대위 출범에 뭔가 입김을 가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친박은 자신들이 정치적 주군(主君)으로 받든 박 대통령이 정치적 파면 선고를 받는 순간 스스로 정치적 퇴장을 선언해야 옳았다.

 박 대통령이 탄핵소추까지 된 처지에 새누리당 당적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맞지 않다. 진정 새누리당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자진 탈당으로 쇄신의 길을 터줘야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떠나고 비박이 지도부를 맡는다고 보수 정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새누리당을 완전히 허물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 도덕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보수 정당을 세워 대선에 대비해야 한다.
#새누리당#박근혜#비상시국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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