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계기로 힘을 얻는 새누리당 비주류 진영은 11일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의 자진 탈당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자 친박계는 비주류 모임에 맞서 독자적인 구당(救黨) 모임 구성을 결의했다. ‘강 대 강’ 정면충돌 속에 결국 분당(分黨)을 향해 양 진영이 내달리는 모양새다.
비주류 진영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총회를 열어 친박계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또 친박계 핵심 의원들을 겨냥해 “특정인의 사당(私黨)으로 만들고 국정 농단 범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 이들은 스스로 당을 나가라”고 주장했다. ‘당 접수’를 목표로 본격적인 인적 청산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기존의 12명 공동대표 체제 대신 한 명의 대표자를 선출하기로 합의했다. ‘최후의 혈투’에 대비한 전열 정비 차원이다. 대표 후보로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거론됐지만 김 전 대표가 “절대 맡지 않겠다”고 고사하면서 유 의원이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맞서 친박계 의원 51명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나 ‘혁신과 통합 연합 준비모임’을 발족하기로 합의했다. 비상시국회의와의 정면 대결을 위한 친박계 단일 조직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공동대표에는 정갑윤 의원과 이인제 전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맡기로 했다. 이 모임의 대변인을 맡은 민경욱 의원은 “김무성, 유승민 의원 같은 해당행위자와 함께 갈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불을 지른 놈들(비주류)이 나가야 한다”고 밝혀 분당까지 불사한 ‘진흙탕’ 당권 싸움을 예고했다.
이들은 또 친박계 지도부 즉각 사퇴 수용 불가, 친박계 위주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이인제 김태호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혁신연합 준비모임은 원내외를 합쳐 100명 수준이며 정기적으로 모임을 열 것으로 전해졌다. 정식 출범은 13일 이뤄진다.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 정국에서의 당 운영 방안 등을 밝힐 계획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도부 즉각 퇴진 요구에 대해선 일단 거부 의사를 분명히 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 정두언 정문헌 박준선 정태근 전 의원 등 12명으로 구성된 ‘탈당파 모임’은 이날 회동에서 신당 창당을 위한 실무단 구성에 합의했다. 남 지사는 “(일각에서) 재창당 수준을 언급하는데 어림없다. 깨고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중도보수 성향의 신당 창당 필요성을 강조해 비주류 신당의 마중물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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