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헌재, 탄핵심리 절차 돌입]
12일 첫 평의… 노무현 前대통령 심리때보다 3일 빨라… 대통령 소환 문제-진행절차 논의
朴대통령, 채명성 변호인 선임… ‘헌법 중대위반 아니다’ 주장할 듯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3일 만에 헌법재판소가 첫 평의(評議)를 연다. 헌재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최대한 서두르고 있다.
○ 휴일 출근한 헌재… 12일 첫 평의
헌법재판소는 페루 헌법재판소를 방문 중인 김이수 헌법재판관(63·사법연수원 9기)을 조기 귀국시키는 한편 12일 오전 10시 재판관 8명이 모여 첫 평의를 연다. 평의란 헌법재판 심리에 필요한 기본적인 절차에서부터 최종 결론을 내리기까지 재판관 7명 이상이 모여 논의 및 토론을 하는 자리로 비공개로 진행된다.
12일 첫 평의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 진행 절차, 박 대통령 소환 문제, 집중 심리 여부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서 심판 청구 6일 만에 열린 첫 평의에서도 재판관들은 본안사건 심리보다 변론 기일이나 소환 문제 등 절차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를 주로 했다. 공개변론 횟수나 최종 결정 시점 등은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예측하기가 어렵다.
베니스위원회 헌법재판공동위원회 회의 참석차 출국했던 강일원 헌법재판관(57·14기)은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에 지정되자 해외 일정을 줄이고 10일 오후 급히 귀국해 헌재로 출근했다. 강 재판관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직후 오후 5시 33분 헌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헌재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바르고 옳은 결론을 빨리 내릴 수 있도록 주심재판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 재판관은 11일 오전에도 출근해 자료를 정리했다. 탄핵심판의 재판장인 박한철 헌재 소장(63·13기)도 11일 오전 10시 40분 출근해 탄핵심판 절차 등을 검토했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과 여론은 헌재에 조기 선고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헌재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박 대통령 측의 답변서가 접수되는 16일 이후 서둘러 변론 기일을 잡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박 대통령 변호인단 구성 난항
박 대통령은 헌재 탄핵심판과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를 지내고 대형 법무법인 화우에 몸담았던 채명성 변호사(38·36기)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 재판관 출신 등을 중심으로 대리인단을 꾸리기 위해 법조인들을 물밑 접촉하고 있지만 변호인단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04년 노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중심으로 이용훈 전 대법원장(당시 변호사) 등 12명의 ‘매머드급’ 대리인단이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 후 3일 만에 구성된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양상이다. 당시 이 전 대법원장 외에도 박시환 전 대법관, 하경철 전 헌재 재판관, 양삼승 변호사, 이종왕 전 삼성그룹 법무실장 등 법원과 헌재, 검찰을 대표하는 고위급 변호사들이 노 전 대통령 변론에 적극 나섰다.
당시에는 국회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노 전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탄핵안을 발의할 때부터 “탄핵 사유가 안 된다”는 야당과 국민의 거센 반발에 부닥친 상태였다. 노 전 대통령이 중립성 위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해 탄핵의 빌미를 제공했을 수는 있어도 탄핵감은 아니라는 게 법률 전문가와 다수 국민의 생각이었고 헌재도 결국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지금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서 8가지나 되는 범죄 혐의가 밝혀진 데다 헌법상의 위반 소지도 여러 건 제기돼 탄핵심판의 분위기가 노 전 대통령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 박 대통령 측, 전면 부인 답변서 낼 듯
박 대통령 변호인 측은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구속 기소),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 등과 직권남용 혐의 등과 관련해 공모 관계를 인정한 부분을 전면 부인하는 취지로 답변서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미르·K스포츠재단 기본 출연금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의 일반적 직무 범위 밖으로 법리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또 사실관계를 치열하게 다투면서 설사 인정이 되는 사실관계는 헌법이나 법률의 ‘중대한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탄핵 결정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 정도가 크다는 점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 공개변론에서 박 대통령의 호칭 등을 어떻게 할지도 관심사다. 헌재 탄핵심판의 준거법이 형사소송법이라고 해서 대통령을 ‘피고인’으로 부를 순 없다. 탄핵심판에서 박 대통령의 법률상 자격은 ‘피소추인’이다. 박 대통령이 탄핵안 의결로 직무권한이 정지됐다고 해도 대통령의 신분을 잃은 것은 아니어서 헌재가 ‘피소추인 박근혜’로 부를지, 그냥 ‘대통령’으로 부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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