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원 탄핵심판 주심 “바르고 옳은 결론 빨리 내릴 것” 속도 내는 헌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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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가결 이후/헌재, 탄핵심리 절차 돌입]
12일 첫 평의… 노무현 前대통령 심리때보다 3일 빨라… 대통령 소환 문제-진행절차 논의
朴대통령, 채명성 변호인 선임… ‘헌법 중대위반 아니다’ 주장할 듯

탄핵심판 착수한 헌재… 소장-주심 휴일도 반납 국민의 시선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에 착수한 헌법재판소로 향하고
 있다. 일요일인 11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왼쪽)과 주심을 맡은 강일원 헌법재판관이 탄핵심판자료 검토를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탄핵심판 착수한 헌재… 소장-주심 휴일도 반납 국민의 시선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에 착수한 헌법재판소로 향하고 있다. 일요일인 11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왼쪽)과 주심을 맡은 강일원 헌법재판관이 탄핵심판자료 검토를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3일 만에 헌법재판소가 첫 평의(評議)를 연다. 헌재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최대한 서두르고 있다.

○ 휴일 출근한 헌재… 12일 첫 평의

 헌법재판소는 페루 헌법재판소를 방문 중인 김이수 헌법재판관(63·사법연수원 9기)을 조기 귀국시키는 한편 12일 오전 10시 재판관 8명이 모여 첫 평의를 연다. 평의란 헌법재판 심리에 필요한 기본적인 절차에서부터 최종 결론을 내리기까지 재판관 7명 이상이 모여 논의 및 토론을 하는 자리로 비공개로 진행된다.

 12일 첫 평의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 진행 절차, 박 대통령 소환 문제, 집중 심리 여부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서 심판 청구 6일 만에 열린 첫 평의에서도 재판관들은 본안사건 심리보다 변론 기일이나 소환 문제 등 절차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를 주로 했다. 공개변론 횟수나 최종 결정 시점 등은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예측하기가 어렵다.

 베니스위원회 헌법재판공동위원회 회의 참석차 출국했던 강일원 헌법재판관(57·14기)은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에 지정되자 해외 일정을 줄이고 10일 오후 급히 귀국해 헌재로 출근했다. 강 재판관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직후 오후 5시 33분 헌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헌재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바르고 옳은 결론을 빨리 내릴 수 있도록 주심재판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 재판관은 11일 오전에도 출근해 자료를 정리했다. 탄핵심판의 재판장인 박한철 헌재 소장(63·13기)도 11일 오전 10시 40분 출근해 탄핵심판 절차 등을 검토했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과 여론은 헌재에 조기 선고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헌재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박 대통령 측의 답변서가 접수되는 16일 이후 서둘러 변론 기일을 잡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박 대통령 변호인단 구성 난항

헌재 앞으로 간 ‘촛불’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7차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 시민이 촛불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헌재 앞으로 간 ‘촛불’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7차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 시민이 촛불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박 대통령은 헌재 탄핵심판과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를 지내고 대형 법무법인 화우에 몸담았던 채명성 변호사(38·36기)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 재판관 출신 등을 중심으로 대리인단을 꾸리기 위해 법조인들을 물밑 접촉하고 있지만 변호인단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04년 노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중심으로 이용훈 전 대법원장(당시 변호사) 등 12명의 ‘매머드급’ 대리인단이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 후 3일 만에 구성된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양상이다. 당시 이 전 대법원장 외에도 박시환 전 대법관, 하경철 전 헌재 재판관, 양삼승 변호사, 이종왕 전 삼성그룹 법무실장 등 법원과 헌재, 검찰을 대표하는 고위급 변호사들이 노 전 대통령 변론에 적극 나섰다.

 당시에는 국회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노 전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탄핵안을 발의할 때부터 “탄핵 사유가 안 된다”는 야당과 국민의 거센 반발에 부닥친 상태였다. 노 전 대통령이 중립성 위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해 탄핵의 빌미를 제공했을 수는 있어도 탄핵감은 아니라는 게 법률 전문가와 다수 국민의 생각이었고 헌재도 결국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지금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서 8가지나 되는 범죄 혐의가 밝혀진 데다 헌법상의 위반 소지도 여러 건 제기돼 탄핵심판의 분위기가 노 전 대통령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 박 대통령 측, 전면 부인 답변서 낼 듯

 박 대통령 변호인 측은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구속 기소),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 등과 직권남용 혐의 등과 관련해 공모 관계를 인정한 부분을 전면 부인하는 취지로 답변서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미르·K스포츠재단 기본 출연금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의 일반적 직무 범위 밖으로 법리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또 사실관계를 치열하게 다투면서 설사 인정이 되는 사실관계는 헌법이나 법률의 ‘중대한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탄핵 결정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 정도가 크다는 점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 공개변론에서 박 대통령의 호칭 등을 어떻게 할지도 관심사다. 헌재 탄핵심판의 준거법이 형사소송법이라고 해서 대통령을 ‘피고인’으로 부를 순 없다. 탄핵심판에서 박 대통령의 법률상 자격은 ‘피소추인’이다. 박 대통령이 탄핵안 의결로 직무권한이 정지됐다고 해도 대통령의 신분을 잃은 것은 아니어서 헌재가 ‘피소추인 박근혜’로 부를지, 그냥 ‘대통령’으로 부를지 주목된다.

배석준 eulius@donga.com·신나리·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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