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국책은행장 인선작업도 마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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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가결 이후]
18곳 후임 못 정해 사실상 ‘수장 공백’… 대선 끝날때까지 업무 손놓고 있을판

 9일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면서 국책은행 및 공공기관의 신임 수장 인선 작업도 헛바퀴를 돌고 있다. 신임 기관장은 관련 부처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 때문에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공공기관 수장 공백 상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이날 현재 기관장의 임기가 끝났거나 중도 사퇴했지만 후임을 선임하지 못한 공공기관이 18곳에 이른다. 특히 경제·산업 분야 공공기관장의 공백이 눈에 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중에는 한국전력기술 박구원 사장(퇴임 시기 10월 14일), 한전KPS 최외근 사장(11월 8일), 한국무역보험공사 김영학 사장(12월 11일) 등이 이미 임기가 끝났다. 하지만 후임자가 없어 여전히 이들이 기관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말과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둔 공공기관 및 국책은행들의 수장 선임 작업도 손을 놓은 상태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27일로 임기가 끝난다. 하지만 아직까지 권 행장이 연임될지, 별도의 후임자를 결정할지도 미정이다. 기술보증기금 김한철 이사장(내년 1월 13일), 한국수출입은행 이덕훈 행장(내년 3월 5일)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산업부 산하기관인 한국전력공사(내년 2월 28일)나 한국원자력환경공단(내년 1월 5일), 한국전기안전공사(내년 2월 20일) 기관장 등도 임기 만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공공기관들은 대체로 기관장의 임기 만료 최소 2개월 전부터 임원추천위원회 등을 꾸리며 준비에 착수한다. 이후 복수의 후보군을 추려 관계 부처에 올리면 해당 부처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기관장을 임명한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공공기관장 인선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기관장을 임명할 수도 있지만 실행할지는 미지수다.

 몇몇 공공기관은 이미 임추위를 거쳐 후보자를 추렸지만 탄핵 정국과 맞물려 후속 작업을 멈췄다. 일부 기관은 임추위 구성도 못 하고 있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통상 임기 만료 두세 달 전에 임추위를 구성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절차도 진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논공행상’ 차원에서 공공기관장 자리를 노리는 이들이 많은 정권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하마평조차 쑥 들어갔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기관장은 정권이 바뀌면 바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관행”이라며 “조기 대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기관장에 오르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수장 공백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을 공공기관장 인사 때마다 나오는 ‘낙하산’이나 ‘코드 인사’에서 탈피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내부 인사나 실력 있는 외부 인사를 추천하고 황 권한대행이 원칙에 따라 임명한다면 그만큼 자율경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창규 kyu@donga.com /세종=신민기 기자
#공공기관장#인선#국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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