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집 나선 미용원장, 취재진 뒤따르자 50분 곡예운전 끝 靑 부속건물로
與관계자 “朴대통령 탄핵심판 대비 법률쪽 사람들 관저서 수시로 접촉”
변호사 고사에 변호인단 구성 난항… 靑 “아직 명단 받은 건 없다”
박근혜 대통령 전담 미용사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7시간’ 때도 대통령의 머리를 만졌던 T헤어숍 정모 원장(55·여)은 13일 새벽에도 어김없이 집을 나섰다. 이날 오전 6시 반경 남편인 김모 T헤어숍 대표(61)와 경기 성남시 자택을 나온 그는 동아일보-채널A 취재진의 질문에 한마디도 답하지 않고 차에 올랐다.
정 원장의 차는 따라붙는 취재차량을 떨쳐내려는 듯 출근길 차량이 붐비기 시작한 고속도로에서 차로를 급히 바꾸거나 시속 100km 이상으로 과속하며 곡예운전을 했다. 서울 방향으로 50여 분을 달려 정 원장이 도착한 곳은 청와대 정문에서 약 400m 떨어진 청와대 수송대. 경호원과 경찰이 지키는 건물 입구에서 내린 그는 얼굴을 가린 채 출입증을 찍은 뒤 안으로 들어갔다.
정 원장은 탄핵안 가결로 박 대통령이 직무가 정지된 뒤에도 평소처럼 박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청와대로 출근한 것으로 보인다. 직무정지 상태의 대통령은 국군통수권 및 공무원 임면권 행사, 국무회의 주재 등 국정을 수행할 수 없지만 신분은 유지되기 때문에 경호와 의전은 그대로 제공된다. 머리 손질은 의전에 포함되는 항목이다.
정 원장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재직하던 2013년 8월부터 대통령비서실과 계약을 맺고 대통령 정식 미용사 자격으로 청와대를 출입했다. 계약기간은 매년 초 연간 단위로 갱신하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대비해 변호인단과 관저에서 만나거나 통화하며 탄핵의 부당함을 주장하기 위한 논리를 가다듬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요즘 생각을 가다듬으면서 법률 쪽 사람들을 만나 탄핵심판 및 특검 수사와 관련해 주로 상의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 원장의 청와대행(行)은 16일까지 헌재에 제출해야 하는 답변서를 준비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만나기 전에 머리를 손질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에 대응할 변호인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명단을 받은 게 없다”며 침묵을 지켰다. 2004년 3월 탄핵안 가결 직후 노무현 대통령 측이 사흘 만에 ‘호화 대리인단’을 공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초 변호인단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던 검찰 출신 H, L 변호사는 막판에 합류 의사를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최재경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사임하면 변호인단에 합류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본인이 거절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구인난을 겪는 까닭은 헌재가 결국 파면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서 비롯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변호사들이 역사적인 탄핵심판 변호인단에 참여해 ‘스펙’을 쌓을 수 있다는 이득보다는 잃을 게 많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한편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을 밝힐 만한 인물로,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 외에 청와대에 출입한 트레이너가 한 명 더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윤 행정관과 같은 I호텔 피트니스클럽 출신인 남성 트레이너 한 명이 윤 행정관과 청와대에 출입했다”고 말했다. 시기는 윤 행정관이 청와대에 들어갈 당시인 2013년 초부터이고 직급 또한 윤 행정관과 같은 3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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