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의 휴먼정치]차기 주자, ‘임기 1년 내 개헌’을 제1공약 내걸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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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논설위원
박제균 논설위원
 개헌? 복잡할 것 없다. 일이 뭔가 복잡하게 느껴질 때는 안 되는 것, 할 수 없는 것부터 쳐내면 된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부터 던져보자.

 첫째, 개헌은 안 하면 안 되나? 안 된다, 해야 한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수많은 개헌 논의가 나왔지만, 일반 국민들에겐 ‘강 건너 불구경’ 수준이었다. 그런 개헌의 필요성을 한 방에, 그것도 가장 드라마틱하게 국민의 뇌리에 각인시킨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이다.

대선 전 개헌, 능력 안 돼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따로 없다. 18년을 권력자의 딸로 살며 스물둘에 어머니를, 다시 5년 만에 아버지를 총격으로 잃었다. 이어진 18년의 은둔. 그 옆에서 끊임없이 ‘너는 한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라고 속삭인 무당 같은 부녀. 예언(?)대로 됐으나 그들 일가에 휘둘려 정치 입문 18년 만에 권좌에서 끌려 내려오다. 그리고 더 흥미진진한 그 이후….

 문제는 이게 궁중 드라마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에는 ‘민주공화국’이라고 박혀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왕정시대를 살고, 궁중 드라마를 찍을 수 있는 구조였다면 그 틀을 바꿀 때가 된 것이다. 드라마를 좋아했던 대통령이기에 복잡한 개헌 필요성을 드라마로 쉽게 설명해줬다. 그것이 박 대통령의 공이라면 공이다.

 둘째, 대선 전 개헌 가능한가? 못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은 3월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 이전에 나올 공산이 크다. ‘60일 내 대선’ 규정을 적용하면 5월 대선이다. 탄핵이 각하돼도 박 대통령은 ‘4월 퇴진’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릴 것이다. 그러면 6월 대선이다. 고작 5, 6개월에 대선과 개헌을 해낸다고? 작금의 정치권은 그런 능력이 없다. 일각에서 권력구조나 차기 대통령의 개헌 발의 의무를 규정하는 ‘원 포인트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것도 엄격한 헌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라 무리다.

 셋째, 개헌으로 20대 국회의원 임기를 줄이는 것이 가능할까? 불가능할 것이다.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달라진 권력구조에 따라 국회를 바꿔야 한다. 그러나 20대 국회의원들이 자기 임기를 줄이는 개헌에 찬성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대 의원 임기는 2020년 5월 29일까지다. 21대 총선은 그해 4월 15일에 예정돼 있다. 결국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이 임기 초 개헌을 통해 자신의 임기를 3년으로 줄이고, 신헌법에 따라 21대 총선을 치러야 한다.

 넷째, ‘4년 중임제’ 개헌은 어떤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박근혜의 궁중 드라마’가 가능했던 것은 아직 국민의식이 ‘민주공화국’에 이르지 못했다는 방증(傍證)이다. 이런 터에 4년 중임제 개헌을 한다면 제왕적 대통령의 궁중 드라마를 시즌2까지 봐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남는 선택지는 내각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다.

임기 3년의 ‘개헌 대통령’

 결론을 내자면, 대선 전 개헌이 불가능한 만큼 차기 대선 후보가 자신의 개헌안을 ‘제1공약’으로 내걸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단, ‘임기 1년 내 개헌’이어야 한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모두 임기 4년 차에 개헌을 제안했으나 동력을 잃은 뒤였다. 지상 과제인 개헌은 차기 대통령이 임기를 3년으로 줄일 각오를 해야 가능하다. 임기는 줄겠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꾼 ‘개헌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박제균 논설위원 phark@donga.com
#개헌#박근혜#20대 국회의원 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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