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치러지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비주류의 집단 탈당과 보수 신당 창당의 ‘1차 분수령’이다. 친박(친박근혜)계에선 정우택 의원(4선·충북 청주상당)이, 비주류에선 나경원 의원(4선·서울 동작을)이 각 진영의 ‘대표 주자’로 맞대결을 펼친다. 15일 하루 동안 25명 안팎의 중립 의원을 잡기 위한 양 진영의 영입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 정우택 “구당(救黨)” vs 나경원 “친박 후퇴”
정 의원은 14일 기자들을 만나 “화합과 상생으로 반드시 통합을 이뤄 나가겠다”고 출사표를 냈다.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는 이현재 의원(재선·경기 하남)이다. 친박계에선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고 해양수산부 장관과 충북도지사 등 행정 경험이 풍부한 점을 들어 정 의원에게 출마를 권유했다. 실제 정 의원도 “세칭 ‘강성 친박’이라는 분들을 만나 ‘친박 해체를 공식 선언하라’고 요청하겠다”며 ‘친박 색채’를 빼는 데 주력했다.
이에 맞서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나 의원을 원내대표 후보로, 김세연 의원(3선·부산 금정)을 정책위의장 후보로 내세우기로 합의했다. 나 의원은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는 지금 모습으로, 비상식적이고 사당화된 지금의 새누리당 모습으로 당의 화합을 외친다면 우리는 끓는 물 속 개구리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 “친박계에서 후보를 낸다는 것 자체가 합리적인 중도 성향 의원들에게는 마뜩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 의원은 올해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의 지원을 받은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26표 차로 졌다. 그러나 비주류는 이번 경선에선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는 의원은 44명(비주류 추산)으로 친박계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61명(친박계 추산)보다 적다. 하지만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새누리당에서 최소 62명이 찬성표를 던진 점을 들어 ‘중간 지대’가 비주류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비주류 의원은 “신임 원내대표는 탈(脫)친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간 지대 의원들이 많다”고 했다. ‘중립’을 표방하는 25명 안팎의 중간 지대 의원들이 승패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뜻이다.
당초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에 참여하겠다고 서명한 성일종 이양수 홍철호 의원 등이 이날 탈퇴 의사를 밝히는 등 친박계의 이탈 조짐도 보이고 있다. ○ 다음 주 비대위원장 선출이 내전 마침표(?)
새누리당은 이날 박 대통령 탄핵안 의결 후 처음으로 의총을 열었지만 “반성도 참회도 전략도 없었다”는 자조 섞인 반응만 나왔다. 150분 동안 진행된 의총에는 128명 중 80여 명이 참석했다. 당초 예상됐던 사생결단식 충돌은 서로 피했다.
의총에선 윤리위원으로 친박계를 추가 선임한 이정현 대표의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이 대표는 “정원으로 규정된 15명에 못 미쳐 합리적인 여론 수렴을 위해 인원을 보충한 것”이라면서도 “윤리위원 사퇴 만류 방안 등을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조원진 최고위원도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출당 조치는 절대 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 다만 비주류 황영철 의원은 “도무지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고 개탄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패륜’ ‘정치 노예’를 운운하며 정면충돌했던 친박계와 비주류가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16일 원내대표 경선에 이어 21일 이 대표 사퇴 전 꾸려질 비상대책위원회 인선이 분당 여부의 최종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 의원은 비상시국회의 해체 선언 후 기자들과 만나 “친박계 지도부가 자신들이 리모컨으로 조종할 수 있는 비대위원장을 선출한다면 당이 파국으로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김 전 대표는 14일 공개 발언을 삼간 채 물밑 행보를 이어갔다. 원내대표 경선 결과와 비대위 구성을 지켜본 뒤 본격적인 신당 창당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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