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장으로 이례적 지하철 이용… 한국 특파원들에 사진도 공개
당분간 국내정치 언급은 않을듯… 팬클럽 “1000명 규모 싱크탱크 계획”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의 공식 퇴임 연설 하루 뒤인 13일(현지 시간) ‘정치인 행보’를 보였다. 내년 1월 중순 귀국 후 대선 행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반 총장과 달리 주변 지지 단체들은 조기 대선 대비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반 총장은 이날 혼잡한 미국 뉴욕의 지하철을 타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등 유명 인사들을 만났다. 특급 경호대상인 유엔 사무총장이 지하철로 이동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반 총장 측은 지하철 카드에 요금을 충전하는 사진과 만원 지하철에 시민들과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 내용 등을 뉴욕 주재 한국특파원단에 공개했다.
유엔 안팎에선 “임기는 이달 31일까지지만 퇴임 연설로 공식적인 업무는 마무리된 만큼 ‘유엔 사무총장에서 한국 유력 대선주자로의 변신’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반 총장 측 관계자는 “반 총장은 2014년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앞두고 더블라지오 시장을 만나러 갈 때도 환경을 보호한다는 의미에서 지하철을 탄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같은 의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반 총장은 내년 1월 중순에 귀국한다는 계획에는 변동이 없지만 그때까지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한 언급은 가능한 한 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총장 임기 10년 동안 지켜온 ‘제1원칙’이 국내 정치 문제에 일일이 대꾸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며 “지금 와서 그것을 깰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밝혔다. 이어 “친박(친박근혜)계에 영합하려고 한다는 둥 충청권을 포섭하려고 한다는 둥 하는데, 그동안 (일일이 대꾸하지 않는다는) 이 원칙을 지키느라 손해도 많이 봤다”고 했다.
반 총장의 행보와는 별도로 팬클럽인 ‘반딧불이’는 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반딧불이는 내년 1월 10일에 반 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교수, 변호사, 정치인 등이 참여하는 정책개발 싱크탱크인 ‘글로벌시민포럼’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50여 개 단체가 연대해 1000명 규모로 구성한다는 것이다. 반딧불이 김성회 회장은 “오피니언리더 중심으로 운영하고 명망가들도 참여할 것”이라며 “반 총장 귀국 전까지 반딧불이 회원 5500명을 바탕으로 전국에 광역본부도 창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딧불이는 또 반 총장 측 인사로 분류되는 임덕규 ‘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반사모)’ 회장과 오장섭 전 충청향우회 총재를 고문으로 위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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