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도 “국민 정서로 볼 때 체결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고, 한일 위안부 합의는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다음 대선 정권 교체는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다”며 자신이 국민들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잖아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서 해외에서 지정학적 불안감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외신기자들이 문 전 대표를 부른 것도 ‘차기 대권’을 확신하는 듯한 그의 외교안보 정책이 궁금해서일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사드 재검토가 한미 동맹을 해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사드 재검토를 밝힌 것은 집권할 경우 한미 양국의 합의를 뒤집겠다는 신호로 전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한미 동맹이 온전할 리 없다. 중국과 각을 세우기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들고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GSOMIA까지 파기된다면 북핵 대응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적으로 한국에 대한 신뢰가 추락할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계속 주장하는 등 한일 간 영토분쟁이 있는 마당에 GSOMIA를 체결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말까지 했다. 일본과 ‘영토분쟁’이 있다니, 문 전 대표는 독도가 한국의 고유 영토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문 전 대표는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과 관련해 북한의 의견을 확인한 뒤 정하자고 제안했다는 증언이 나올 만큼 북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말로는 ‘과거 정부가 해왔던 한미 관계 정책들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며 보수층에 구애하고 있지만 어제 외신기자 회견을 보면 대통령이 될 경우 한미동맹보다 대북관계를 중시할 작정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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