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친북 성향’ 앙골라 장·차관 잇달아 만나…무슨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8일 18시 02분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한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북한 간 힘겨루기가 심화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대북압박'을 유지·강화하려는 한국 정부의 기조가 지속되면서 이런 모습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조앙 마누엘 곤살베스 로렌소 앙골라 국방장관을 만나 상호 협력의 중요성과 대북압박 외교 지속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로렌소 장관은 한국 국방부의 초청으로 대표단 20여 명을 이끌고 방한했다. 올 초에는 깐디두 뻬레이라 도스 산토스 반 두넴 앙골라 보훈부 장관이 방한해 보훈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7월에는 박승춘 보훈처장관이 답방했다.

또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9월 30일 앙골라를 방문했다. 앙골라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27억 달러), 이집트(24억 달러)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대상국(20억 달러)이어서 외교 비중이 크다고 외교부는 밝혔지만 내심 '북한 문제' 때문이라는 점을 숨기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임 차관의 방문은 2004년 5월 황두연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문 이래 외교부 정무직 인사로서는 최초의 방문이었다. 10년 넘게 가지 않던 국가를 갑자기 찾게 된 것은 그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앙골라는 남아프리카에서 대표적인 친북 국가로 올해 유엔에서 대북제재 2230호가 채택될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이었고 연말까지 이사국 지위가 유지되는 만큼 '계속 도와달라'고 부탁할 필요성이 컸다. 올해 한국은 6년 동안 중단됐던 한-앙골라 경제공동위원회를 내년부터 부활시키기로 했으며 보훈처는 '앙골라 직업교육훈련 초청연수'도 시작하기로 했다.

한국에 쫓긴다는 위기감을 가진 북한도 집중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8월 11일 앙골라를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다. 신홍철 외무성 부상이 앙골라·콩고민주공화국(DR콩고)를 순방하기 위해 떠난지 10일 만이다. 이수용은 지난해 11월 외무상 신분으로도 앙골라를 방문해 독립 4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불과 1년 사이 외교장관과 차관, 당 부위원장이 한 국가를 집중 예방한 셈이다. 북한은 1998년 철수했던 주앙골라 대사관을 2013년 다시 개설하는 등 '우방국'을 뺏기지 않으려 공을 들이고 있다.

냉전 시절 남북한은 자신과 국교를 맺고 있는 국가가 상대방을 국가로 인정하지 못하도록(교차승인 저지) 외교 총력전을 펼쳤다. 하지만 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가입하면서 교차승인 저지 외교는 의미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앞으로 어떤 대북 정책을 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북 고립·압박 일변도의 외교에만 매달리는 건 한국 스스로 외교 입지를 좁히는 것"이라는 지적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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