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협치]野 “어설픈 대통령 흉내내기 말라” 촛불민심에 기댄채 연일 때리기
황교안 대행, 사드배치-인사 “예정대로” 29일경 내년 경제정책방향 발표
與는 중심 못잡고 당내분쟁 허송
《 19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열흘째를 맞는다. ‘심각’ 단계에까지 이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나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국내외 사회·경제적 위기의 파고는 높지만 정치권은 오히려 태평해 보인다. 국정 운영의 공동 책임을 지겠다는 야당들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군기 잡기’에 몰두해 있고, 여당은 친박(친박근혜)과 비주류 진영의 자중지란으로 날을 새우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야권과의 파트너십 구축보다는 ‘홀로 서기’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여야정 협의체 구성이 요원해지면서 국정이 장기 표류할 우려는 커져 간다. 》
○ 野, 국정 주도권 잡기에 올인
더불어민주당은 18일에도 ‘황 권한대행 때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황 권한대행은 어설픈 대통령 흉내 내기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며 “대정부질문 불참, 과도한 대통령급 의전, 공공기관장 인사 강행까지 민생은 뒷전이고 막무가내 행보로 국민 분노만 자초한다”고 비판했다. 황 권한대행이 20, 21일로 예정된 대정부질문 참석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고, 마사회 이사장 인사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것을 지적한 것이다. 기 원내대변인은 이어 “(황 권한대행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일 군위안부 협정 등 대통령과 최순실이 주도한 현 정부 정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와 한일 군위안부 협정 과정에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관여했다는 사실은 이날까지 드러난 게 없다.
민주당은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니라 대통령 권한을 잠시 대행하는 ‘국무총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탄핵 정국 초기 거국중립내각과 국회 추천 총리를 얘기할 때는 외치·내치에 관한 대통령의 권한을 모두 갖는 총리라고 했다. 그런 총리를 거부한 민주당이 이제 와서 황 권한대행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지 9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촛불 민심에만 기댄다는 비판도 있다. 박경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촛불의 ‘명령’은 버티기로 일관하는 박 대통령의 퇴진과 구속수사, 황 권한대행 동반사퇴, 헌재의 빠른 인용결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에 대해서도 친박 진영 지도부와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고수하고 있다. 결국 국정 운영의 공동 책임을 진 다른 두 축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파상 공세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신 못 차린 與, 밀리지 않겠다는 黃
상황이 이런데도 여당은 당내 수습조차 못하고 있다. 친박계는 원내대표 경선 승리로 마치 폐족(廢族)의 위기를 벗고 당 주도권을 다 잡은 듯한 분위기다. 반면 비박(비박근혜)계는 탈당인지, 분당인지, 방향도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날 “광인(狂人)들의 정당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주류와 비주류 진영의 갈등 심화로 집안 단속할 여력도 없는 여당이 국정 운영의 한 축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여권 내에서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의 한 비주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야당 없이 정부와 ‘친박계 여당’만 합의한다고 국민이 인정해 주겠느냐”며 “뭘 해도 짬짜미란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황 권한대행도 야당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황 권한대행은 여야정 협의체 참여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은 사드 배치 등 외교 사안은 상대국이 있는 만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만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교육부에서 23일까지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결과를 보고 최종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국정과 관련된 일정들은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는 29일경 황 권한대행 주재로 관계 장관들과 회의를 한 뒤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각 부처의 신년 업무보고도 황 권한대행이 받을 예정이다. 민간인 참석 등을 배제하고 형식을 간소화해 짧게 진행할 방침이다.
황 권한대행은 20, 21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도 인사말만 하고 질의응답은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22일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올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부인으로 일관한다면 여야정 관계는 더욱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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