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10건중 7건 ‘외교-경제’… 부정적 평가 작년보다 4건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9일 03시 00분


[2016 대한민국 정책평가]국민-전문가 총괄평가

 “박근혜 정부에서 나아진 분야는 전혀 없다.”

 동아일보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2016년 대한민국 정책평가’에서 일반 국민과 정책전문가들의 58.0%는 경제, 사회복지, 교육문화, 외교안보 중 어떤 분야도 이전보다 나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국정이 마비된 박근혜 정부에 대해 강한 불신과 실망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응답자의 57.2%는 이번 정부에서 가장 나빠진 분야로 ‘경제’를 꼽았다. 대내외 악재로 한국 경제 위기론이 현실화하고 있지만 경제 컨트롤타워 논란으로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등 무능한 정부의 모습에 실망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 핵심 정책 모조리 낙제점

 국민과 전문가들이 미흡하다고 본 정책 상당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2012년 대선 공약에 포함됐던 핵심 정책이었다.

 40개 정책 중 최하위를 차지한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 활성화’(2.38점)는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처럼 박근혜 정부를 상징하는 정책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중후장대형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 구조를 창업경제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정책 방향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대기업별로 지역을 할당해 전국 17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는 등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점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정부학연구소는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대기업을 통해 창업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금을 지원받는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갑을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고려도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북한의 4, 5차 핵실험이 연이어 진행된 것 등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북한 도발에 대비한 확고한 국방태세 확립’(2.84점)과 ‘북핵·북한 문제 진전을 위한 전략적 공조 강화’(2.77점)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북핵 대응을 위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과정에서 한중 관계가 삐걱대면서 대중 외교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정책평가단은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발전을 위해 여러 정책을 폈지만 관계가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점이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순실 개입 의혹으로 타격을 받은 한류(韓流) 확산 관련 정책도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세계에 보급하는 세종학당을 세계 54개국에 확대 운영하겠다는 ‘해외 한국어 보급 및 세계화’(2.78점) 정책은 다른 한류 사업처럼 투명성 부문에서 논란이 일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관할권이 재편되고 해외 문화원과는 별도로 세종학당 조직을 확대 설치하는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 생활밀착형 정책들은 호평

 이에 비해 정책 수립 단계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한 정책들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1위를 차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장애인의 방송접근권 보장’(3.54점)은 정책 인지도는 낮은 편이었지만 목표 명확성, 사회 현안 반영도, 형평성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 방통위는 시청각 장애인용 TV를 보급하기 위해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신청서를 접수해 올해 목표 대수인 1만2000여 대를 보급했다. 올해 보급된 TV에는 채널 편성표, 현재 시청 중인 방송 프로그램 등을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기능이 들어 있다. 정부는 또 올 9월 수화 화면의 크기 및 위치 조정이 가능한 스마트 수화방송 시범방송을 실시하기도 했다. 기존 수화방송이 화면을 가려 편안한 시청을 방해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미디어 기술을 적극 활용해 장애를 가진 시청자들이 방송에 좀 더 쉽게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책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던 교육부의 ‘초등돌봄교실’(3.46점)은 올해도 2위를 차지하며 2년 연속 최상위권에 올랐다. 이 정책은 맞벌이·저소득·한부모 가정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녀를 안심하고 양육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적극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초등학교 1, 2학년 중심의 돌봄교실은 맞벌이·저소득·한부모 가정의 학생을 대상으로 필요한 경우 오후 10시까지 저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부정 청탁 및 금품수수 등 부패 관행 근절’(3.29점)은 부작용에 대한 적지 않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의 부패와 비리를 사전에 방지하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에 부응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책의 시의 적절함에도 불구하고 적용 대상의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되는 만큼 후속 입법을 통해 모호한 점을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보통’ 이상 정책 갈수록 감소

 이번 최종 평가에 포함된 40개 정책 중 보통(3.0점) 이상인 정책은 21개였다. 2014년 26개, 2015년 25개 등 해가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보통보다 낮게(부정적으로) 평가된 정책은 19개로 2015년의 15개보다 4개 늘었다. 이런 결과는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진욱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올해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크게 늘어난 이유에는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도 있겠지만 정책의 직접적 혜택을 받지 못한 국민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난 3년간 이전보다 좋아진 정책 분야가 없었다는 국민이 60%대에 육박하는 게 그 증거”라고 덧붙였다.
  
 정책평가 총괄: 최진욱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 정책평가 어떻게 했나 ::
 
일반인-전문가 2200명 설문… 4개분야 10개씩 평가

 동아일보는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올해 5∼11월 ‘2016 대한민국 정책 평가’를 실시했다. 이 평가는 국민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을 평가해 정책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취지로 2014년부터 3년째 실시했다.

 정책 평가는 경제, 교육문화, 외교안보, 사회복지 등 4개 분야에 걸쳐 진행됐다. 우선 정부 부처들로부터 대표적인 정책 리스트를 제출받은 뒤 동아일보 각 부서의 부처 담당 기자들과 연구에 참여한 교수들이 정책의 적정성을 따져 누락된 정책은 추가하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정책은 빼는 등 리스트를 보완했다. 마지막으로 일반 국민 600명과 분야별 전문가 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연구진의 검토를 거쳐 분야별로 10개씩, 총 40개의 대표 정책을 평가 대상으로 확정했다.

 정책에 대한 평가도 3단계로 진행됐다. 우선 일반인 2000명, 분야별 전문가 200명 등 총 2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4개 정책 분야별로 9개 평가지표를 가지고 5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점수를 부여했다. 2단계에서는 연구진이 부처 자료와 언론 보도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9개 평가지표에 따른 ‘정성평가’를 실시했다. 마지막으로 일반인, 전문가, 연구진의 평가 결과를 가중치를 달리해 합산한 후 각 정책에 대한 최종 평가점수를 산출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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