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사회적 합의 미흡… 하도급 ‘甲의 횡포’는 개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9일 03시 00분


[2016 대한민국 정책평가]<1> 경제분야 10대 정책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팍팍해진 살림살이를 대변하듯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차가웠다. 동아일보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진행한 정책평가에서 경제 분야 10개 정책은 5점 만점에 평균 2.91점을 받았다. 경제·교육문화·사회복지·외교안보 등 4가지 정책 분야 중 외교안보 2.90점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평가였다. 이는 지난해 3.10점보다도 크게 낮아진 것이다.

○ 국민 공감 얻은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호평

 전남 광양시에서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최모 씨(57)는 매년 명절이 다가오면 공사비를 주지 않은 하도급자를 찾아가 돈을 달라고 하소연하는 게 일상이었다. 명절 전에는 꼭 돈을 주겠다던 하도급자는 “우리도 원청업자에게 돈을 못 받았다”며 발뺌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나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4월부터 시행한 하도급 대금 직불제 덕분이다. 이 제도는 공공사업 발주자가 원도급자를 거치지 않고 공사·장비·임금·자재 대금을 하도급업체에 직접 지급하는 것이다. 최 씨는 “하도급업체가 발주자로부터 돈을 받고도 주지 않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보다는 상황이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하도급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정책은 평점 3.22점으로 10개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에만 1190억 원의 미지급 하도급 대금이 중소기업에 지급됐다. 하도급 사업자의 92.3%가 거래 관행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전체적으로 국민들은 불공정한 사회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정책에 공감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정책 역시 3.22점을 받아 좋은 경제정책으로 꼽혔다. 납품업체에 대한 대형마트들의 ‘갑질’은 계속 사회적 논란이 돼 왔다. 올해 5월에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납품업체로부터 종업원을 파견받아 상품 진열 등 일을 시키고, 반품 기간이 지난 제품을 억지로 납품업체에 반품한 사실 등이 드러나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를 계기로 공정위는 납품업체를 쥐어짜는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를 인하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고려대 정부학연구소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부당하게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해 부당한 이득을 챙겨 왔다는 점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책 입안 의도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 일방통행 정부정책 혹평

 아무리 좋은 취지에서 만들었더라도 추진 과정에서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거나 성과를 내지 못한 정책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내부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한 성과연봉제에 대한 평가는 2.67점으로 10개 경제정책 중 두 번째로 점수가 낮았다. 국민들과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의 비효율과 방만경영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이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정책의 투명성이나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특히 성과 평가 시스템에 공정성과 객관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성과지표 설정 시 직원 참여를 보장하고, 평가단에 외부 전문가 참여를 확대하는 등 각 공공기관이 공정한 성과 평가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고령 근로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추진된 임금피크제도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3.01점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고려대 평가진은 “임금피크제는 단순한 고용정책을 넘어 정치적 선택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도출돼야 정책으로서의 정당성과 실효성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한 재원이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재부가 서비스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하고 유망 서비스 업종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서비스산업의 전략적 육성 정책은 입법이 지연되면서 성과를 내지 못해 2.84점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서비스 분야의 낮은 생산성은 우리 경제의 대표적인 걸림돌로 꼽혀 왔다.

 과잉 공급 업종의 구조조정 역시 우리 경제에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과잉 공급 업종의 자발적 사업재편 촉진’(원샷법)은 낮은 인지도로 인해 2.85점이란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 법은 과잉 공급 업종에 해당하는 기업이 사업 재편을 하는 경우 각종 상법·세제상의 지원을 해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도경환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지난달까지 철강, 석유화학, 조선기자재 업종 등에 걸쳐 10개에 달하는 기업이 사업 재편 승인을 받는 등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며 “관련 세미나와 업계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제도를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분야 평가: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특별취재팀 

:: 특별취재팀 ::


△경제부=문권모 차장 mikemoon@donga.com

 이상훈 손영일 신민기 박민우 기자

△산업부=허진석 차장 신수정 신무경 기자

△정치부=김영식 차장 조숭호 손효주 주성하 기자

△사회부=이성호 차장 정성택 이기진 김준일 기자

△정책사회부=이진한 차장 유덕영 김윤종 유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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