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민의회’ 만든다는 민주당은 代議정치 부정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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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촛불혁명 입법·정책과제’를 발표하고 촛불민심을 부패 척결과 사회개혁 운동을 넘어 ‘시민권리장전’ 운동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회와 지방의회가 공공갈등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시민의 요구에 따라 민회를 구성하는 시민의회 제도를 도입해 의결 과정에 참여시키겠다는 것이다.

 여당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제1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과정 중 표출된 민심을 정책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입법 과제를 정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시민의회를 따로 만들겠다니 사회주의 정권의 인민위원회를 연상케 하는 발상이다. 그러려면 국민이 선출한 국회와 지방의회는 뭐 하려고 있는가. 2주일 전 한 인터넷 단체가 “촛불민심을 대변하는 시민의회를 만들자”고 했다가 정치세력화나 새 기득권을 형성할 수 있다는 반대 여론에 취소한 것도 민주당은 모르는 모양이다. 이들이 만들 시민권리장전은 대한민국의 헌법 위에 있는 것인가. 탄핵소추를 받은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됐다고 해서 정국 주도권을 쥔 제1 야당이 이렇게 헌정질서를 무시한 발상을 발표한다는 것이 기막히다.

 당의 대주주이자 지지율 1위의 야권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부터 걸핏하면 ‘시민사회세력’을 끌어들이려는 점은 더 걱정스럽다. 그나마 중장기 과제로 두었으니 민주당은 대선공약으로 내걸어 국민 심판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미국과 합의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일본과 체결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위안부 합의도 파기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상대국이 있는 외교 합의를 파기하려면 외교 절차를 따라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중단 선언을 해서 뭘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당이 집권하면 최순실에게 휘둘린 박근혜 정부 못지않은 국정 운영으로 우리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까지 흔들까 봐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민주당이 촛불민의에 취해 위헌·위법적인 주장을 마구 쏟아내다 보면 지금 정당 지지율 1위라도 내년 대선 투표장의 표심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촛불민심#시민권리장전#대통령 탄핵소추#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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