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게임 치닫는 ‘태블릿PC 위증 교사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3시 00분


고영태 폭로에 국조특위 발칵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과 국정조사 위증을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19일 긴급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직후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과 국정조사 위증을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19일 긴급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직후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 증거인 최순실 씨의 태블릿PC를 두고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새누리당 이완영 이만희 의원과 청문회 주요 증인 사이의 ‘위증교사 의혹’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차 청문회(6일) 직전인 4일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만나 위증을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영 의원은 19일 국회 출입 기자들을 만나 “정 이사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이 위증하도록 부탁하거나 지시한 적이 전혀 없다. 국회의원직을 걸겠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원이 기관 및 증인, 참고인 등과 청문회 전에 만나 의혹을 확인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국정조사의 일환”이라며 “제보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P 의원도 여의도 한정식집에서 고영태 증인과 두 차례 만났는데, 이것도 비슷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말한 P 의원은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새누리당 비주류인 황영철 장제원 하태경 의원은 이날 긴급 국조특위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이날 오후 회의가 열렸지만 민주당 소속 위원 전원이 불참하면서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채 30여 분 만에 끝났다.

 정 이사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K스포츠재단 앞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두 사람(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과 고영태 씨)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일부 언론이 노 부장의 증언을 바탕으로 위증 의혹을 보도한 데 대해 “재단의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던 노 부장이 구조조정 건으로 나와 갈등을 겪자 앙심을 품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청문회를 앞두고 이달 두 차례 이 의원을 만났고 처음엔 자신이 먼저 연락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서울대 박사로 체육 전문가인데 마사지센터 원장으로 싸구려 취급을 당해 (고교 선배인) 이 의원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이 의원과 처음 만난 4일 자신은 태블릿PC에 대해 아는 게 없어 평소 태블릿PC가 고 씨의 것이라고 언급해 온 박헌영 과장을 이 의원에게 소개해 주려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과장이 이 의원과의 접촉을 거절해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9일에는 이 의원 측으로부터 먼저 연락이 와 의원실로 찾아가니 이만희, 최교일 새누리당 의원이 함께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의원들은 태블릿PC 관련 사실을 박 과장에게 확인하고 싶어 했지만 이때도 무산됐다. 정 이사장은 “나는 중간에서 메신저 역할만 했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청문회에서 박 과장이 진술한 내용은 평소에도 박 과장이 하고 다닌 이야기”라며 “고-노-박(고영태 노승일 박헌영)이 22일 청문회에 나오니 그때 확실하게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앞서 11일 검찰은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태블릿PC를 최 씨 소유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줄곧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말해 온 최 씨는 19일 첫 공판준비기일에 참석해서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국정 농단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가장 중요한 증거가 태블릿PC인데, 최 씨는 검찰에서 34일 동안 조사를 받았는데도 실물을 보지 못했다”며 “증거로서 태블릿PC를 검증하고, 실제 존재 여부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PC는 이미 정호성 전 비서관의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대한 증거로 제출됐다”며 “최 씨의 공소사실 입증을 위한 자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강경석 coolup@donga.com·정지영·권오혁 기자
#진실게임#태블릿pc#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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