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21일 비주류의 집단 탈당 선언에 “제 갈 길을 가자”면서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탈당을 결의한 비주류 의원 가운데 29명만 나가도 100석이 붕괴되는 상황이다.
대표 권한대행인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탈당 소식을 듣고 “대단히 섭섭하다”며 “(탈당파는) 원래 뭉쳐 있던 세력이 아니냐”고 평가 절하했다. 분당 책임론의 비판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사건건 부딪칠 관계라면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낫다는 반응도 나왔다. 조원진 의원은 탈당파를 겨냥해 “새누리당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했던 사람들 아니냐”며 “지지층에 대한 배신”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진태 의원은 “바람난 배우자와 불편한 동거보단 서로 제 갈 길을 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김태흠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한쪽은 수채화를, 한쪽은 유화를 그리겠다며 도화지 차지 다툼을 벌였지만 이제 각자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을 앞두고 우리(친박계)가 필요해질 때가 올 것”이라고 했다. ‘보수 정권 재창출’이란 공통의 목표가 있는 만큼 대선 정국에서 결국 다시 뭉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도부는 당 쇄신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 원내대표는 “‘신(新)보수’ 개념을 도입하고 당명도 바꾸겠다”고 했다. 올해 안에 당 쇄신을 주도할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장우 의원은 “당장 내일부터 중도개혁 성향의 인사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방법을 구상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석’을 지키려면 선제적 쇄신을 통해 중립 성향 의원들을 붙잡아야 한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새누리당의 의석은 128석이다. 100석이 무너지면 정부가 원하는 법안 처리가 사실상 올스톱 될 수밖에 없다. 상임위 주도권도 모두 야권에 빼앗긴다.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탈당 의사는 밝혔지만 지역구 눈치를 봐야 할 의원이 10명이 된다고 본다”며 “당이 전면적 개혁을 약속해 이들을 붙잡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