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새누리당 분당이 현실화되자 더불어민주당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적진이 분열됐지만 다양한 정계 개편 시나리오에 계산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가장 혼란스러운 체제가 4당 체제”라며 “이해관계에 따라 이 당, 저 당이 붙기도 하는 등 이상한 현상이 반복되면서 국회가 교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보수신당’(가칭)이 40석 이상으로 출발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만약 보수신당이 40석 이상이 되면 대선은 4자 구도로 치러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1987년 대선 때 야당 분열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된 것처럼 보수 진영이 어부지리로 승리를 거머쥔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다.
보수신당이 40석 이하로 출범한다면 제3지대론이 힘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 진영을 고립시키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여당의 분화가 자칫 민주당의 내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당내에선 추미애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가 ‘새판 짜기’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도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친문 진영이 ‘우리끼리 해도 대선에서 이긴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가 탄핵 이후 “내년 1월에는 야권 통합 이슈가 나와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문 전 대표 측은 ‘민주당 대 비(非)민주당’ 구도를 밀어붙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분당, 정계 개편 등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저는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야권 통합에 대해서도 “아직은 논의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우리 당의 힘만으로 정권 교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선제적으로 전선을 형성하고, 지지층 결집과 당내 구심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다만 보수신당 창당에 따른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보수 성향 지지층의 기본 규모가 있기 때문에 보수신당도 적잖은 힘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비박(비박근혜)계와 야권 일부의 연대 움직임에 호남 민심의 반감이 커진다면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출범한 당 호남특별위원회에는 전해철 홍영표 의원 등 친문 의원들이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호남 의원 3명이 친문 의원들보다 아래 직급인 부위원장, 위원에 임명된 것을 두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호남 의원 3명은 모두 비문 성향이다. 한 당직자는 “호남 민심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당의 분화 여부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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