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특검, 첫 영장에 ‘朴대통령 공모’ 적시… 뇌물죄 적용 강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2일 03시 00분


[최순실 게이트]‘朴대통령과 최순실은 한몸’ 전제
삼성의 ‘승마협회 지원 명목’ 계약… 합병 청탁 따른 ‘최순실 맞춤형 뇌물’로 봐
특검, 이재용 부회장 소환 방침… 대통령과 통화 있었는지도 추적




특검 첫발… 국민연금 압수수색 박영수(왼쪽 사진 오른쪽) 특별검사팀이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70일간의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날 10여 곳을
 전격 압수수색한 특검팀 관계자들이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수색한 뒤 압수물을 옮기고 있다(오른쪽 사진). 박영대
 sannae@donga.com·김재명 기자 
특검 첫발… 국민연금 압수수색 박영수(왼쪽 사진 오른쪽) 특별검사팀이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70일간의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날 10여 곳을 전격 압수수색한 특검팀 관계자들이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수색한 뒤 압수물을 옮기고 있다(오른쪽 사진). 박영대 sannae@donga.com·김재명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최순실 씨가 정부 고위 관계자와 공모해 뇌물을 수수했다’고 적시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점을 대전제로 수사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첫 영장부터 박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건 특검이 박 대통령의 수뢰 혐의 적용에 대해서만큼은 퇴로를 두지 않고 배수진을 쳤다는 의미다.

 특검은 또 영장에서 ‘최 씨가 공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받았다’는 취지의 표현을 적시했다. 삼성이 최 씨 일가에 자금을 건네며 맺은 계약이 ‘뇌물성 계약’임을 명시하면서, 이 과정에 박 대통령이 공모했다고 특검 수사를 개시한 첫날 천명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첫 타깃이 된 건 특검이 최 씨 일가가 삼성으로부터 ‘맞춤형 지원’을 통한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의 돈이 최 씨의 독일 회사로 간 것에 대해, 무슨 일이 있어도 뇌물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점을 박 대통령과 삼성에 내비친 의미도 있다.

 삼성은 지난해 3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은 뒤 같은 해 8월 최 씨 소유의 독일법인 코어스포츠인터내셔널(비덱스포츠 전신)과 승마선수 지원을 명목으로 한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이후 계약을 집행하기 위해 승마협회는 같은 해 9월 ‘한국 승마 중장기 로드맵 수립에 따른 후원사 지원 요청 기본계획서’를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마장마술 선수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 257억 원에 대해 ‘삼성 후원 사항’이라고 명시돼 있다. 2020년까지 지원할 총액이었다. 이 문건은 최 씨와 그의 승마계 측근이었던 박원오 씨가 주도해 작성했다고 한다.

 특검은 이 시점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겠다고 공시했다. 양사의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을 원활히 승계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로 여겨졌으며, 삼성의 숙원 사업이었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대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즉각 합병에 반대해 합병에 큰 장애물이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7월 10일 삼성물산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지난해 9월 1일 공식 합병할 수 있었다. 같은 해 7월 25일에는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독대했다. 

 국민연금은 외부 전문가 그룹인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듣지 않고 투자위원회의 결정만으로 찬성을 의결했다. 특검이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정한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등은 모두 청와대의 입김이 강하게 미치는 대상들이자 국민연금의 찬성 의결에 영향을 가할 수 있는 대상들이다. 특검은 또 이날 김응환 국민연금 강남역삼지사장 등 당시 투자위원회 위원들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투자위원들이 찬성을 의결할 때 ‘높은 곳’에서 압력을 가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이 삼성의 손을 들어준 뒤 삼성의 최 씨 후원은 로드맵 골격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해 9, 10월 삼성 측은 승마협회를 거치지 않고 코어스포츠와 삼성전자 독일법인에 각각 280만 유로(약 35억 원), 319만 유로(약 43억 원)를 지원했다. 특검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의결과 돈이 오간 시점이 미묘하게 맞물린 배경에는 대가관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검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공식·비공식적으로 가졌던 자리를 모두 확인하면서 양측 간에 통화가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는 외국계 자본의 공격으로부터 우리의 대표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경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의 지지가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특검은 그 이면에 불법적인 대가관계가 있었는지를 규명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합병 찬성 의결 이후 5900억 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이 영장에 적시한 내용 중 두 번째로 강조한 표현이 국민연금의 배임 혐의다. 특검에서는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공공기관이 큰 손해를 보면서 국민의 쌈짓돈을 운용한 것이 배임에 해당한다며 내부 비판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
#박근혜#최순실#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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