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최순실 “딸 잘되게 하려다 큰일 터져”
국정농단 뒤엔 ‘엇나간 모성애’
특검, 12월초 독일에 사법공조 요청… 정유라 “애 맡길곳 없어 귀국 못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일찌감치 검찰이 손대지 않은 최순실 씨(60)의 딸 정유라 씨(20)를 조준하고 있었다. 수사 첫날부터 체포영장 발부, 재산 동결 등 독일 검찰에 사법공조를 요청한 사실, 여권 무효화 조치 계획을 밝히며 강경하게 나온 배경에는 ‘국정 농단’ 의혹의 발단이 정 씨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특검이 이달 초 정 씨에 대한 통화 기록과 계좌 추적 자료 확보, 재산 동결 등을 위해 독일 검찰에 사법공조를 요청한 것도 정 씨를 겨냥한 것이었다.
특검이 21일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삼은 대상들은 삼성의 정 씨 승마 지원 및 특혜 의혹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곳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최 씨가 ‘고교생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여생을 위한 복지’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전폭적인 자금 지원책으로 삼성을 택했고 삼성에서 거액을 끌어모았을 것으로 주목한 바 있다.
최 씨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주도로 지난해 9월 작성된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에도 삼성에서 마장마술 부문에만 총 257억 원대 후원을 요청하는 최 씨의 비뚤어진 모성애가 잘 드러난다. 본보가 입수한 문건에는 ‘승마의 국민적 우상(예: 골프 박세리, 피겨 김연아) 탄생에 적극 후원한다’는 표현이 나온다. 정 씨를 국민적 승마 영웅으로 만들려는 최 씨의 과욕이 이번 사태를 만든 근본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최 씨도 “딸 잘되게 하려다가 큰일이 터졌다”며 이를 일부 인정하고 있다.
특검이 전방위적으로 정 씨를 포위한 것은 정 씨의 자진 입국을 종용하기 위한 포석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제까지 독일에서 신병을 안 내주거나 협조에 불응한 적은 없었다”며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 씨가 제 발로 들어와 수사를 원활히 받을 수 있게끔 선전포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독일에 체류 중인 정 씨는 변호인과 지난달 초 통화를 나눈 이후로 연락이 두절돼 체포영장 발부 사실도 통지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 씨는 최근 “돌을 갓 지난 아들을 맡길 곳이 없어 귀국하고 싶어도 못 들어간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모녀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대한민국을 떠나 평생 도망 다니며 살 순 없으니 소환에 응하라’고 귀국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 씨 측은 삼성에 257억 원을 요구했고, 총 78억여 원을 집행받은 것에 대해 “백지계약이 아니었다. 법인 대 법인의 정당한 계약이었다”는 입장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