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움직이자 뜨거워진 ‘충청 쟁탈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3시 00분


[대선정국 빅뱅]신당측 “반기문 오면 충청의원도 합류… 새누리 제치고 원내 2당 가능”
안희정은 “반기문에 속지말라” 견제
반기문 “링컨은 국민만 생각” 대권행보




링컨 묘소 방문한 반기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부인 유순택 여사(반 총장 왼쪽)와 함께 
21일(현지 시간) 미국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묘소를 방문했다. 링컨박물관의 동상 앞에서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유엔 제공
링컨 묘소 방문한 반기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오른쪽)이 부인 유순택 여사(반 총장 왼쪽)와 함께 21일(현지 시간) 미국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묘소를 방문했다. 링컨박물관의 동상 앞에서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유엔 제공
  ‘신(新) 4당 체제’가 가시화되면서 충청권에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전날 소통과 통합, 포용의 리더십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대권 출사표를 낸 충북 출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2)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묘소를 방문했다. 링컨은 미국을 대표하는 통합과 포용의 리더로 평가받아 왔다는 점에서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 총장은 이날 링컨 묘소와 링컨박물관을 둘러본 뒤 스프링필드 지역 정치인들을 만나 “국민만을 생각한 링컨 대통령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는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사람의 가슴속에 오래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링컨박물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쓴 링컨 전기를 보여 주면서 “링컨 전기를 쓴 유일한 대통령(노무현)”이라고 소개하자 반 총장은 “나를 대통령외교보좌관으로 발탁해 줬고, 유엔 사무총장이 되도록 지도해 준 분”이라고 화답했다.

 당장 반 총장과 충청권 맹주를 다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2일 “국민이 (반 총장이라는 인물에) 속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안 지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 총장은) 일관적인 소신과 신념에 의한 정치가 아니라 그때그때 힘센 분한테 (붙었는데) 지금 국민의 힘이 세기 때문에 국민한테 붙는 것 아닐까”라며 “그런 태도로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보수신당’(가칭)의 기치를 올린 새누리당 비주류 탈당파 의원들은 구애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황영철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반 총장이 어느 정치 지형에서 (정치를) 할 것인가 하는 선택이 매우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이 보수신당을 선택한다면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의 동반 탈당 가능성도 커지고, 그러면 새누리당을 제치고 원내 제2당이 될 수 있다는 속내도 황 의원은 드러냈다.

 국민의당은 ‘밀당(밀고당기기)’ 태도를 보였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반 총장 측에서 사람을 보내 국민의당으로 올 테니 연합하자고 제안했다”라면서 “안철수, 천정배, 정운찬, 손학규와 치열하게 경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거절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현상은 1997년 호남의 DJ(김대중)와 충청의 JP(김종필)가 손잡고 집권에 성공한 DJP 연합과 비견되기도 한다. 다만 반 총장이 당시 JP에 비해 지지율이 높아 독자 행보가 가능하고, 지역 구도가 엷어졌다는 차이점은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안희정#대선#보수신당#안철수#반기문#링컨#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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