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결선투표 도입해야”… 문재인 “이번 대선엔 불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3시 00분


[대선정국 빅뱅]문재인-안철수-손학규-남경필, 대선주자 토론회 ‘4인4색’ 공방

손 잡은 대선주자, 토론선 각세워 여야 대선주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합동 토론회-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와 전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대선주자들은 토론 시작 전에는 손을 
맞잡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실제 토론이 시작되자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손 잡은 대선주자, 토론선 각세워 여야 대선주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합동 토론회-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와 전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대선주자들은 토론 시작 전에는 손을 맞잡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실제 토론이 시작되자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여야의 대선 주자들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손학규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남경필 경기지사가 22일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이 개최한 ‘보수와 진보 합동 토론회-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와 전망’에 참석했다. 한자리에서 웃으며 악수를 나눴지만 토론회가 시작되자 서로 물고 물리는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 개헌으로 文 압박 나선 安-孫

 정치권의 최대 이슈인 개헌에 대해서는 네 사람의 의견이 엇갈렸다.

 손 전 대표는 개헌 주장에 힘을 쏟았다. 그는 “기득권 세력, 특권 세력을 지키자는 것이 호헌”이라며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1960년과 1987년 개헌은 각각 2개월, 4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즉시 개헌”을 주장했던 손 전 대표는 이날 “헌법재판소가 2, 3월에 탄핵소추안을 인용한다면 진행된 개헌 논의를 대선 공약으로 하고 대선을 치르면 된다”며 한발 물러섰다.

 안 전 대표는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하고 2018년 지방선거 때 함께 투표하자”고 주장했다. 대선 후 개헌을 주장하는 문 전 대표 등 민주당 대선 주자들과 달리 한발 더 나아가 아예 구체적인 개헌 시점까지 못 박은 것이다. 또 “현재 선거제도로는 (후보 간) 연대 시나리오만 난무하고 정책 대결이 실종될 것”이라며 대선 결선투표 방식을 제안했다.

 전날 “지금 논의되는 개헌은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얘기되는 것”이라고 했던 문 전 대표는 이날도 개헌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비문(비문재인) 진영을 중심으로 한 개헌파의 ‘개헌 대 호헌’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그 대신 새누리당을 “가짜 보수”라고 지칭하며 “우리가 결별해야 할 구시대는 바로 가짜 보수의 시대”라고 주장했다. 또 “사회적으로 공정사회, 경제적으로 국민성장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이라며 차별화에 나섰다.

 남 지사는 “개헌은 대선 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개헌 없이도 정치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연정부터 하자”고 제안했다.

○ 면전에서 벌인 날 선 대결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한자리에 모인 네 사람의 대결은 치열했다. 대부분의 공격은 문 전 대표에게 집중됐다. 손 전 대표는 “당장 대권이 코앞에 있는데 (문 전 대표가) 이걸 놓치겠느냐”며 “(개헌 대신) 조기 대선으로 빨리 넘어가려는 것”이라고 문 전 대표를 면전에서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약속한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에 대해 “선거법상 자칫 매수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12년 대선 후보를 양보했다”며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

 이에 맞선 문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의 결선투표제 제안에 “헌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이번 선거에는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2018년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를 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제가 모든 이야기를 다 답하겠느냐”고 피했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함께 토론회에 참석한 것은 2012년 대선 이후 처음이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기각할 경우’에 대한 질문을 받은 남 지사는 “헌법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헌법 테두리를 벗어난 행동과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탄핵 기각 시 혁명밖에 없다’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기각 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저항권을 행사하려는 상황이 돼 정치권도 그 상황을 제어하기 어렵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다음 정부에서 논의되거나 재검토돼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남 지사는 “주권 국가 간 결정을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 새누리당 비판에는 한목소리

 대선주자들이 거의 유일하게 공통된 목소리를 낸 것은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을 할 때였다. 안 전 대표는 “친박(친박근혜)이 국민의 손에 쫓겨날 때까지 맨 앞에서 싸우겠다”며 “저들은 민주공화국의 일원이 될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안 전 대표의 발언에 남 지사는 “걱정하지 않아도 새누리당은 해체된다. (친박은) 역사의 흐름 속에 지탱될 수 없다”고 거들었다. 남 지사는 지난달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문 전 대표도 “새누리당이라는 상류 기득권 세력이 이끌어온 대한민국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내년 2, 3월이면 정당 구도와 대권 구도의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며 “앞으로 정당이 더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토론회 직후 ‘국민주권 개혁회의 광주·전남 보고회’를 위해 광주로 향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이날 광주를 찾아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개헌파 인사들이 야당의 텃밭인 호남 공략에 나선 것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안철수#손학규#남경필#대선주자#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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