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은 대선주자, 토론선 각세워 여야 대선주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합동 토론회-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와 전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대선주자들은 토론 시작 전에는 손을
맞잡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실제 토론이 시작되자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여야의 대선 주자들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손학규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남경필 경기지사가 22일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이 개최한 ‘보수와 진보 합동 토론회-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와 전망’에 참석했다. 한자리에서 웃으며 악수를 나눴지만 토론회가 시작되자 서로 물고 물리는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 개헌으로 文 압박 나선 安-孫
정치권의 최대 이슈인 개헌에 대해서는 네 사람의 의견이 엇갈렸다.
손 전 대표는 개헌 주장에 힘을 쏟았다. 그는 “기득권 세력, 특권 세력을 지키자는 것이 호헌”이라며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1960년과 1987년 개헌은 각각 2개월, 4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즉시 개헌”을 주장했던 손 전 대표는 이날 “헌법재판소가 2, 3월에 탄핵소추안을 인용한다면 진행된 개헌 논의를 대선 공약으로 하고 대선을 치르면 된다”며 한발 물러섰다.
안 전 대표는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하고 2018년 지방선거 때 함께 투표하자”고 주장했다. 대선 후 개헌을 주장하는 문 전 대표 등 민주당 대선 주자들과 달리 한발 더 나아가 아예 구체적인 개헌 시점까지 못 박은 것이다. 또 “현재 선거제도로는 (후보 간) 연대 시나리오만 난무하고 정책 대결이 실종될 것”이라며 대선 결선투표 방식을 제안했다.
전날 “지금 논의되는 개헌은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얘기되는 것”이라고 했던 문 전 대표는 이날도 개헌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비문(비문재인) 진영을 중심으로 한 개헌파의 ‘개헌 대 호헌’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그 대신 새누리당을 “가짜 보수”라고 지칭하며 “우리가 결별해야 할 구시대는 바로 가짜 보수의 시대”라고 주장했다. 또 “사회적으로 공정사회, 경제적으로 국민성장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이라며 차별화에 나섰다.
남 지사는 “개헌은 대선 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개헌 없이도 정치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연정부터 하자”고 제안했다.
○ 면전에서 벌인 날 선 대결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한자리에 모인 네 사람의 대결은 치열했다. 대부분의 공격은 문 전 대표에게 집중됐다. 손 전 대표는 “당장 대권이 코앞에 있는데 (문 전 대표가) 이걸 놓치겠느냐”며 “(개헌 대신) 조기 대선으로 빨리 넘어가려는 것”이라고 문 전 대표를 면전에서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약속한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에 대해 “선거법상 자칫 매수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12년 대선 후보를 양보했다”며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
이에 맞선 문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의 결선투표제 제안에 “헌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이번 선거에는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2018년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를 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제가 모든 이야기를 다 답하겠느냐”고 피했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함께 토론회에 참석한 것은 2012년 대선 이후 처음이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기각할 경우’에 대한 질문을 받은 남 지사는 “헌법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헌법 테두리를 벗어난 행동과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탄핵 기각 시 혁명밖에 없다’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기각 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저항권을 행사하려는 상황이 돼 정치권도 그 상황을 제어하기 어렵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다음 정부에서 논의되거나 재검토돼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남 지사는 “주권 국가 간 결정을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 새누리당 비판에는 한목소리
대선주자들이 거의 유일하게 공통된 목소리를 낸 것은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을 할 때였다. 안 전 대표는 “친박(친박근혜)이 국민의 손에 쫓겨날 때까지 맨 앞에서 싸우겠다”며 “저들은 민주공화국의 일원이 될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안 전 대표의 발언에 남 지사는 “걱정하지 않아도 새누리당은 해체된다. (친박은) 역사의 흐름 속에 지탱될 수 없다”고 거들었다. 남 지사는 지난달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문 전 대표도 “새누리당이라는 상류 기득권 세력이 이끌어온 대한민국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내년 2, 3월이면 정당 구도와 대권 구도의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며 “앞으로 정당이 더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토론회 직후 ‘국민주권 개혁회의 광주·전남 보고회’를 위해 광주로 향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이날 광주를 찾아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개헌파 인사들이 야당의 텃밭인 호남 공략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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