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주자 반기문이 ‘진짜보수 감별사’라도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4일 00시 00분


 새누리당이 어제 임시 당 대표 격인 비상대책위원장에 2006∼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를 지명했다. 인 목사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당이 되도록 국민이 원하는 것이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밝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21일 방송 인터뷰에서 “‘박근혜 당’이라는 것을 탈색하면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갈 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새누리당으로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한나라당 저승사자’로 불렸던 인 목사를 통해 ‘친박(친박근혜) 탈색’을 함으로써 반 총장을 영입해 정권 재창출을 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보수층에게는 반 총장이 ‘보수의 희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의 27일 탈당을 코앞에 둔 새누리당으로선 반 총장이 비박계의 ‘개혁보수신당’으로 가는 순간 당내 충청권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제3당 전락이 우려될 것이다. 대선이 가까워지면 이탈이 가속화해 당이 고사(枯死)할 수도 있다.

 개혁보수신당의 정강정책을 주도하는 유승민 의원은 “안보는 정통 보수 노선을 견지하고 경제 교육 복지 노동은 새누리당보다 훨씬 더 개혁적인 방향으로 가고 싶다”고 설명했지만, 신당 대다수 의원의 관심은 반 총장에게 쏠려 있다. 그동안 징글징글하게 친박계와 치고받으면서도 탈당은 엄두도 못 낸 ‘웰빙 비박’이 당을 뛰쳐나온 것도 반 총장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결국 반 총장이 어떤 당을 택하느냐에 따라 진짜 보수와 가짜 보수가 가려지는 형국이다. 

 대한민국을 전 세계의 웃음거리로 만든 집권당 출신들이 쓸 만한 주자 하나 내세워 대선에 승리하면 면죄부라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여당 출신들은 진정한 참회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반성이 깔리지 않은 혁신은 가짜 혁신이요, 권력 쟁취를 위한 눈가림일 뿐이다. 올 초 반 총장이 박 대통령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높이 평가하자 “이런 역사의식과 인권의식을 가진 사람을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로 꼽는다? 우리 국민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된다”고 했던 인 목사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반 총장도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특정 정치세력에 ‘무임승차’하려는 듯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경륜과 경험이 중요하지만 바닥으로 추락한 대한민국의 국격을 다시 세우기 위해 어떤 비전과 자기희생을 보일지부터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새누리당#인명진 목사#반기문#개혁보수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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