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기문, ‘23만 달러 수수설’ 사실 아니면 고소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6일 00시 00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약 2억8000만 원)를 받았다는 보도가 시사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의 측근은 “황당무계한 음해”라고 부인했고, 박 전 회장 측도 “돈을 건넨 적이 없고 검찰 조사에서 그런 진술을 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한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 총장이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터라 논란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반 총장이 돈을 받았다는 2005년 5월은 노무현 정권의 외교부 장관으로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고려할 때이고, 2007년 초는 유엔 사무총장 취임 직후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되기까지 국가 예산으로 지원받기 힘든 돈이 필요했을 수 있다. 여기에 박 전 회장이 노 정권 인사들의 자금줄이었다는 사실과 결부시켜 이전에도 반 총장과 박 전 회장 간의 금품수수설이 떠돌았다. 그러나 시사저널 보도는 취재원이 모두 익명인 데다 당사자와 수사 관계자가 하나같이 부인해 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설혹 반 총장의 돈 수수가 사실이더라도 현재로선 공소시효가 끝나 형사처벌은 어렵다.

 금품 수수 의혹은 도덕성과 관련된 문제다. 반 총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시사저널 보도를 부인하는 것만으로는 의혹을 잠재울 수 없다. 반 총장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더불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주자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번 의혹 제기는 내년 1월 반 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그에 대한 검증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 총장이 정말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면 시사저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이를 계기로 검찰이 사실 확인에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

 지금 한국은 후보 시절 불거진 의혹을 적당히 덮고 넘어간 대통령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반 총장은 2004년 외교통상부 장관이 될 때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었고 국내에서 선출직에 출마해본 적도 없어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 무책임한 폭로전은 지양돼야 하지만 반 총장도 성실한 해명은 물론이고 엄격한 검증까지 자청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민도 바르게 평가하고 선택할 수 있다.
#반기문#금품 수수 의혹#유엔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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