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폴란드 최대 민영 방송사 TVN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독재자와 바르샤바 건설 현장에 있는 그의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 노역 실태를 방영했다. 제작진이 주폴란드 북한대사관 전경을 촬영하자 대사관 직원이 다가와 한국말로 욕을 하며 주먹으로 위협하고 경찰까지 부르는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
북한대사관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폴란드 현지 언론들이 북한 노동자의 인권 유린 실태를 포함해 북한대사관의 갖가지 불법 행위를 연일 폭로하며 폴란드 정부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 정부는 최근 북한대사관에 “민간 기업 임대를 중단하라”는 서한을 여러 차례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임대 수입이 대사관 운영비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으니 눈감아 주자”는 인식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1월과 9월 북한의 4, 5차 핵실험 이후 대사관의 임대 수입이 북핵 개발에 쓰일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자 폴란드 정부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렇잖아도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북한 노동자 송출이 끊겨 외화벌이가 힘든 북한으로서는 대사관 임대 사업마저 못하게 되면 김정은의 통치자금 마련에 타격이 크다.
1961년 채택된 빈 협약 42조에 따르면 외교관들은 영리활동을 할 수 없다. 대사관에 주어지는 각종 면세 혜택도 영리 활동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주어지는 특혜다. 북한대사관은 대사관 내 구역은 치외법권 지역이라는 점을 악용해 “내 땅에서 내 건물로 장사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며 버티고 있다.
대사관 건물을 이용해 불법 임대 수입을 올리는 곳은 폴란드만이 아니다.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에서는 북한대사관 건물을 오피스텔로 임대하고 있고, 독일에선 관광객을 위한 호텔로 활용한다. 수도 중심가에 위치한 대사관의 뛰어난 접근성을 이용해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대사관은 민간업자에게 위탁해 임대업을 벌인다. 불가리아 북한대사관은 연간 약 18만 유로(약 2억3000만 원), 루마니아 북한대사관은 이보다 배가 많은 연간 36만 유로 이상의 임대 수입을 올리고 있다. 독일 정부도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북한대사관에 민간 기업 임대를 중단하라고 적극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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