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이 27일 분당과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 추진을 선언하며 강조한 대목이다. 자신들이 ‘보수의 본류’임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야권이 추구하는 개혁과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보수 정당 사상 첫 대규모 분당인 데다 26년 만에 ‘4당 체제’가 부활하며 내년 대선을 앞둔 여야의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개혁보수신당 ‘진짜 보수’ 자처
신당파는 이날 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의 진짜 보수 세력을 모아 보수의 적통을 이어 가겠다”라며 자신들이 ‘진짜 보수’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반면 친박(친박근혜)계를 향해선 ‘패권 세력’으로 규정하며 “사상 최악의 헌법 유린과 최순실 국정 농단을 비호한 후안무치의 모습을 보였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더불어 사는 ‘포용적 보수’,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먼저 챙기는 ‘서민적 보수’, 부정부패를 멀리하는 ‘도덕적 보수’,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책임지는 보수’를 지향하겠다고 했다.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라는 기존 보수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선을 그은 것이다.
선언문에는 또 “국민과 헌법이 대통령과 국회의원보다 위에 있는 진정한 민주공화국과 법치국가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나아가 “법과 원칙을 지키는 기업은 적극 지원하되,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재벌의 불공정 행위는 엄벌하겠다”라며 경제 분야에서의 개혁 노선을 강조했다. 안보를 두고는 “안보 무능은 국정 무능”이라며 “안보에 있어 어설프고 감성적인 접근을 배격하고, 어떤 도발에도 강력하고 단호한 응징 태세를 갖추겠다”라고 했다.
친박-친문(친문재인) 식의 ‘인맥 중심 정치’와 1987년 이후 한국 정치를 지배한 영호남 기반 ‘지역주의 정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당 운영 비전도 제시했다.
○ 김무성 “반 총장 새누리당 선택할 리 없어”
보수신당은 새누리당을 먼저 탈당한 김용태 의원을 포함해 의원 30명을 둔 제4당으로 출발하면서 ‘보수 진영의 주도권 선점’을 1차 목표로 삼았다.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큰 홍수를 만나면 헤엄에 능숙한 말은 물살을 거스르다 죽고 미숙한 소는 순응해 살아난다’는 뜻의 ‘우생마사(牛生馬死)’를 인용해 “민심을 거스르는 조직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연대에 대해선 “개헌의 필요성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시기에 대해 조금씩 의견이 다르다”라며 “앞으로 좀 더 좁혀 가는 노력을 하겠다”라고 했다.
보수신당은 특히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 지역을 타깃으로 적극적인 탈당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TK 민심의 향배가 결국 새누리당과 보수신당 간 ‘보수 적자(嫡子) 경쟁’의 성패를 가를 변수이기 때문이다. 보수신당의 핵심 축이자 TK에 지역구를 둔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은 “대구시장, 의원, 구청장, 광역·기초의원 등을 계속 설득할 것”이라며 “앞으로 새누리당에서 탈당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TK에선 신당 지지도가 낮은 상황이다. 이날 매일신문·TBC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38.9%로 개혁보수신당(13.2%)을 3배 가까이 앞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거취와 보수 결집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무성 의원은 “(반 총장이) 이미 사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은 택할 리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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