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개헌은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다투는 반 총장까지 개헌 전선에 가세하면서 개헌판이 또 한 번 출렁거리고 있다. 야권 개헌파 의원 69명도 27일 토론회에서 개헌에 미온적인 문 전 대표 압박에 나섰다.
○ 潘 “국민이 원한다면 개헌 안 할 수 없어”
반 총장은 23일 미국 뉴욕에서 새누리당 경대수, 박덕흠, 이종배 의원 등 충북 의원들과 만나 “내가 직접 개헌을 할 수는 없지만 국민이 원한다면 개헌을 안 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날 면담은 이들 의원의 요청으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개헌 문제에 대한 반 총장의 언급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다만 구체적인 개헌 방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과 국내의 총의가 모아져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이 의원이 27일 전했다.
반 총장은 개헌을 통한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차기 대통령의 임기) 3년 이야기도 나온다”는 이 의원의 말에 반 총장은 “개헌에 따라 국회의원과 (대통령) 임기를 맞추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 (총의가 모아지면) 거기에 맞춰야 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반 총장이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파악하고 있는 듯한 대목이다. 이 의원도 “(반 총장이) 탄핵 이전부터의 과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반 총장까지 가세하면서 개헌 논의는 물론이고 정국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야권 관계자는 “당장 문 전 대표와 친문 진영이 또 수세에 몰리게 됐다”고 했다. ‘대선 후 개헌’을 주장하는 문 전 대표는 개헌 시점과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 여부에 대해선 언급을 않고 있다. 그러나 반 총장이 임기 단축까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문 전 대표를 향한 여야 개헌파의 입장 표명 요구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또 개헌파 주장에 반 총장이 힘을 보탠 셈이어서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론이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 총장은 충북 의원들이 “귀국 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하자 “고맙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반 총장이 귀국하면 충청 의원들이 새누리당을 나가 반 총장을 위한 대선 기반을 만든 뒤 헤쳐 모일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 총장은 내년 1월 15일을 전후해 귀국한 뒤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김종인-문재인 ‘설전’
이날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주최한 ‘미완의 촛불 시민혁명, 어떻게 완결할 것인가’ 토론회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개헌파 의원 69명이 참석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향한 ‘무력시위’를 벌인 셈이다. 축사를 한 김종인 전 대표는 전날에 이어 문 전 대표를 거듭 겨냥해 “시간이 없으니 (지금) 안 하고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할 수 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당면한 문제를 3년 임기에서 해결 못 하는 대통령은 2년을 더 줘 봐야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에 대해 “근래 말씀하시는 걸 보면 조금 우리 당 입장하고 다른 생각을 말씀해 걱정하고 있다”며 “그분 영입은 아주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끝까지 함께 가면서 다음 대선에도 힘을 모으길 바랐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4·13총선 후 소원해진 두 사람이 개헌 등의 이견으로 확실히 갈라선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문 전 대표는 반 총장에 대해서는 “저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이고, 그분은 아마 세상이 바뀌지 않길 바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개헌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내년 1월 출범하는 국회 개헌특위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4당 체제가 된 만큼 실효성 있는 개헌 논의를 위해 현재 18명인 특위 위원을 30여 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정세균 국회의장과 이야기했다. 새누리당 등과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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