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블랙리스트 배후 ‘최순실→ 朴대통령→ 김기춘→ 조윤선’ 추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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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특검 ‘최순실 개입’ 진술-증거 확보

블랙리스트 논란 휩싸인 문체부 장관-前차관 문화예술계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위쪽 사진). 역시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이 이날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블랙리스트 논란 휩싸인 문체부 장관-前차관 문화예술계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위쪽 사진). 역시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이 이날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의 정점에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와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7)이 있다고 보고 있다. 리스트를 받은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관계자들이 “청와대 구중심처(九重深處)의 아이디어”라고 추측했던 것과도 맞아떨어진다. 특검은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과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블랙리스트 작성 및 전달 과정의 전모를 파악했다.

 특검이 파악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의 메커니즘은 ‘최 씨→ 박 대통령→ 김 전 비서실장→ 정무수석비서관실’로 요약된다. 최 씨가 박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사실상 작업을 주도했고, 박 대통령은 김 전 비서실장에게 해당 구상을 실현하라고 지시해 정무수석실이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후 리스트는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 실무자 등에게 전달됐다.


 정권 차원에서 문화예술계 인사 9400여 명을 찍어내려 한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들을 걸러내 좌편향으로 모는 ‘김기춘 식 공안통치’, 최 씨의 사업 이권을 위한 예산 편성과 인사 분류 구상이 빚어낸 작품이 곧 블랙리스트라는 것이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최 씨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최 씨와 박 대통령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한 정호성 전 청와대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을 추궁하고 있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이 총괄하는 대통령비서실 산하 정무수석실 외에 국가정보원도 리스트 작성에 동원된 의혹을 수사 중이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위한 기초 정보 수집 과정에서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사실상의 ‘민간인 사찰’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국정원은 국가기관과 정당, 언론사 등 민간을 대상으로 한 정보활동을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 논란에 다시 휘말릴 수 있게 됐다.

 최 씨 주변 인물들은 검찰 수사와 특검 조사에서 “최 씨는 자신의 호불호나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단체나 인물을 리스트에 포함시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자신이 미르재단과 플레이그라운드 등을 통한 문화부문 사업의 장애물들을 치우는 데 블랙리스트를 도구로 썼다는 취지다.

 특검은 조윤선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 전 1차관을 블랙리스트 수사의 우선 타깃으로 삼았다. 두 사람은 정무수석실에서 수석과 국민소통비서관으로 일하다 시차를 두고 문체부로 자리를 옮겼다. 특검은 최 씨가 조 장관과 정 전 차관을 문체부에 보내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와 별 관련이 없는 두 사람의 임명이 최 씨 자신의 사업은 물론이고 국정 농단이 수면 위에 떠오를 것에 대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수사는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랙리스트의 존재 및 성격을 밝히는 일 자체가 박 대통령이 언론 및 사상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헌법 위반 사안을 규명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특검 역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김 전 실장 등의 직권남용 혐의에 국한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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