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권한대행 명의로 주오스트리아 대사 신임장 수여

황교안 권한대행, 신동익 주오스트리아 대사에 신임장
1963년 박정희 권한대행도 주미대사에 신임장 준 전례

1963년 4월 박정희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가최고재건회의 의장이 김정열 주미 대사에게 건넨 신임장.

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동익 신임 주오스트리아 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했다. 신임장은 특명전권(特命全權) 대사에게 대통령을 대신해 임무를 맡기니 잘 보살펴달라는 외교문서다. 주재국에 부임하는 대로 그 나라 정상에게 제출(제정)하는 것으로 대사 본인이 보관하는 임명장과는 별개다.

대통령을 대신하는 만큼 대통령 이름과 직인이 찍혀야 하지만 이날 신임장은 ＇권한대행＇ 명의로 작성됐다. 탄핵소추안 가결과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됐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박 대통령의 부친 시절에도 권한대행 명의의 대사 신임장이 수여된 적 있다. 1963년 4월 29일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겸 육군대장은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김정열 신임 주미대사에게 신임장을 건넸다. 박 의장은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잡았지만 1963년 12월 제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까지 권한대행을 맡았다.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 앞으로 보내는 당시 신임장은 ＂각하(케네디 대통령을 의미)께서 이 분을 호의로 받아주시고 그가 대한민국을 대표해 말씀드리는 바를 전적으로 신임해 주시기 바란다＂는 극존칭으로 작성돼 있다.

이날 신 대사가 신임장을 받고 공식 업무에 들어감에 따라 후속 공관장 인사가 이뤄질지도 관심을 모은다. 안총기 외교부 제2차관이 귀국하면서 공석이 된 주벨기에·유럽연합(EU) 대사부터 채워야한다. 외교부는 매년 봄, 가을 두 차례의 공관장 인사를 해왔으며 박근혜 대통령 임기 마지막해인 내년에는 사실상 봄 인사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돼 왔다.

하지만 신 대사는 탄핵 정국이 시작되기 전인 11월 이미 대사에 내정됐고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이 도착해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어서 정기 공관장 인사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당국자는 ＂이미 내정된 공관장 인사는 하겠지만 정기 인사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황 권한대행은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석이거나 빈 자리가 장기화돼 업무의 연속성이 훼손될 수 있는 부득이한 경우 인사를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해 최소한의 인사 가능성은 열어뒀다.
조숭호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