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망명객의 암살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9일 03시 00분


 레온 트로츠키는 망명지 멕시코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스탈린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트로츠키의 집 주위에는 이중 콘크리트 벽이 설치돼 있었고 총을 든 지지자들이 24시간 경계를 했다. 스탈린은 몇 차례 트로츠키 암살을 기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스페인의 한 스탈린주의자가 백만장자의 아들 행세를 하며 트로츠키 여비서의 여동생에게 접근한 뒤 트로츠키의 ‘요새’에 진입하는 데 성공한다. 1940년 8월 트로츠키는 서재에 있다 그의 등산용 손도끼에 맞아 사망했다.

 ▷김옥균은 1884년 조선 명성황후 정권에 쿠데타를 일으켰다 실패한 뒤 일본으로 망명했다. 명성황후 정권은 몇 차례 자객을 보내 그를 제거하려 했다. 김옥균은 10년간 일본 각지를 방랑하다 1894년 중국 청나라 이홍장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상하이로 건너갔다. 그러나 그해 12월 조선 자객 홍종우가 김옥균에게 접근했다.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그는 프랑스 요리 솜씨로 김옥균의 환심을 산 뒤 그를 권총으로 쏴 죽였다.

 ▷북한에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를 지내다 1997년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 씨는 북한 정권에는 가시 같은 존재였다. 2010년 4월 황 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남파된 북한군 소좌 김명호와 동명관이 검거됐다. 두 사람은 한 해 전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들어왔으나 정보기관의 감시로 암살 실행 전에 발각됐다. 2010년 10월 사망한 황 씨는 생전에 경찰의 보호하에 방탄유리를 한 집에 살았고 침대 머리맡에 늘 30cm 길이의 칼을 놓고 잤다고 한다.

 ▷북한 주영국 공사를 지내다 올 7월 망명한 태영호 씨는 황 씨 이후 최고위급 탈북 인사다. 그는 19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신변 위협을 감수하더라도 공개 활동을 하겠다고 밝힌 뒤 그제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기자회견을 했다. 태 씨는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이 암살된 거 다 안다”면서 “통일이라는 건 그 어떤 개인이나 집단의 희생 없이는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생명의 위협이 평생 따라다닐 것을 생각하면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레온 트로츠키#김옥균#황장엽#태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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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추천 많은 댓글

  • 2016-12-29 06:43:58

    송평인 논설위원의 연일 입바른 논설에 공감이 간다.

  • 2016-12-29 11:13:34

    마지막 글이 마음에 걸리네요. 애처럽다 하시지 말고 정부가 책임지고 우리 국민이 된 태공사 신변보호해야 한다라고 하면 안되나요?

  • 2016-12-29 07:47:21

    황장옆이 암살되기를 바란 인간은 오히려 김정일의 절친인 우리나라 대O령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눈의 가시였으니까! 대한항공858편 폭파사건의 주인공 김현희도 줄곧 살해위협에 시달렸는데, 한국정부가 줄곧 김현희를 가짜 북한사람이라고 내세우고 사는곳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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