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17 경제정책방향’ 확정
외환위기 이후 첫 2%대 하향 전망… 재정-금융 등 21兆 투입 땜질처방
맞벌이에 100만원 ‘혼인세액공제’… 공무원 1만-공공 6만명 신규 채용
정부가 위기 상황에 직면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정, 정책금융 등 가용 재원 21조 원 이상을 투입하고 내년 1분기(1∼3월) 재정 집행률을 사상 최대치인 31%까지 높이기로 했다. 또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홑벌이 부부는 50만 원, 맞벌이 부부는 100만 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혼인세액공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런 대대적 경기 보강 대책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0%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2%대 전망치가 나온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18년 만이다. 경제 상황이 위급하지만 정부가 근본적인 개선책은 내놓지 못한 채 재정 조기 집행이나 세금 깎아주기 등과 같은 매년 반복되는 땜질식 처방만 나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9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2017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황 권한대행은 “연초부터 재정과 공공부문이 가용 재원을 총동원해 적극적으로 경기를 보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제의 안정을 지켜내야 대외 여건의 어려움도, 정치적 혼란도 국민의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선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 공공기관 투자, 정책금융 확대 등을 통해 21조 원 이상의 재정 보강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용절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 공무원 정원을 1만 명 신규 증원하고, 공공부문에서 6만 명 이상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다.
경제정책 방향에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도 다수 포함됐다. 신혼부부 주거 안정을 위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현행 연 1.8∼2.4%에서 연 1.6∼2.2%로 낮아진다. 또 연구용역 및 공청회 등을 거쳐 올 하반기부터 노인 연령 기준 조정을 위한 공론화 작업이 시작된다.
이번 경제정책 방향은 예년보다 2주가량 늦게 발표됐다. 대통령 탄핵 정국과 경제 컨트롤타워 공백이 겹친 탓이다. 최대 8개월 남짓의 시한부 경제팀이 만들다 보니 기존 정책이 재탕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기 집행과 같은 땜질식 처방으로는 200조 원의 재정 보강을 해도 한국 경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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