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개헌파 압박에 공세 전환… 개헌에 힘실은 반기문과 정면대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30일 03시 00분


문재인 “대통령 5년도 짧다” 파문
4년 중임제 지지해온 친문진영, 내각제 염두에 둔 임기단축 부정적
문재인 “반기문, 구체제서 늘 누린 분”

故김근태 5주기 추모식 29일 경기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열린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5주기
 추모행사에 야권 대선 주자들이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손학규 전
 대표. 남양주=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故김근태 5주기 추모식 29일 경기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열린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5주기 추모행사에 야권 대선 주자들이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손학규 전 대표. 남양주=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9일 개헌에 따른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 주장에 “이해할 수 없다”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건 개헌 전선(戰線)에서 물러서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미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임기 단축 수용 의사를 표명하며 개헌 논의에 뛰어든 상황에서 더는 수세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간 임기 단축 문제에 답변을 유보했던 문 전 대표는 이날 “임기 단축은 다분히 정치공학적인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또 개헌을 전제로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줄이자는 개헌파의 요구도 “대청산과 개혁을 해내려면 (임기) 5년도 짧다”라고 반박했다. “3년 동안 당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대통령은 2년을 더 줘 봐야 아무런 문제 해결을 못 한다”라는 김종인 전 대표의 발언을 정면으로 맞받아 친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이처럼 강경 모드로 선회한 것은 김 전 대표 등 비문(비문재인) 진영을 중심으로 한 개헌파의 압박에 더는 밀릴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임기 단축 문제가 개헌의 방향과 직결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헌파가 요구하는 ‘3년으로 임기 단축’은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전제로 한 것이다. 반면 문 전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주장하고 있다. 문 전 대표가 이날 “논의가 너무 앞서가고 있다. 몇몇 정치인이 개헌 방향을 특정해 그게 될 것처럼 임기 단축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문 진영은 들끓었다. 민주당의 한 비문 의원은 “개헌 시점은 밝히지 않고 5년 임기는 손도 못 댄다면서 ‘대선 후 개헌’을 약속하면 누가 믿겠느냐”라며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장도 부정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자신의 임기 단축까지 걸고 4년 중임제로의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개헌과 임기 단축, 대선 결선투표 등을 둘러싼 야권 내부의 갈등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대선 결선투표 도입을 압박하고 있지만 문 전 대표는 “국회에서 논의할 일”이라는 태도다. 야권 관계자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다투고 있는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이 정반대의 노선을 택했다”라며 “친문 진영을 향한 다른 진영의 공세가 더 격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라고 전망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한 인터뷰에서 반 총장에 대해 “대선에 출마한다면 우리 쪽으로 와야 하는데, 만약 상대 진영에서 출발한다면 섭섭하고 서글픈 일”이라며 “나는 평생을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온 사람이지만 반 총장은 구시대, 구체제 속에서 늘 누려 왔던 분”이라고 비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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