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한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나라를 위해 일할 것을 긍정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고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28일 보도했다. 반 총장의 한 측근은 FP에 “반 총장이 1년 넘도록 비밀리에 출마를 준비해 왔다고 1000%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혁보수신당(가칭)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기 전인 16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반 총장은 “(이 시점에서 나를 중심으로 하는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 여당이 분열하고 신당을 창당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국내 정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국내 상황을 유심히 살피면서 독자세력화 등 차기 행보를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FP는 반 총장의 임기 10년을 두고 “카리스마와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비판을 소개하면서도 “파리기후변화협약의 11월 조기 발효를 성사시키는 데는 공이 있다”고 평가했다. 협약 서명국을 ‘협박’하면서까지 조속한 비준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유엔 전문가로 통하는 유럽외교협회(ECFR) 리처드 고언 선임연구원은 FP에 “C등급 사무총장으로 남을 뻔했으나 (협약을 추진한 공으로) B등급 사무총장으로는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FP는 반 총장을 “역사상 가장 미국 친화적인 사무총장”이라면서 강대국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가장 친미(親美) 성향이 강한 외교관이었으며 노무현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는 데도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반 총장이 외국 정상과 대화할 때 준비된 원고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FP는 “성실한 학생처럼 다양한 색의 펜을 사용해 원고에 밑줄을 그어 가며 밤늦게까지 공부했다. 정상들과 가벼운 대화 없이 원고를 그대로 읽어 내려가기 일쑤였다”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친분을 쌓을 기회를 자주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 반 총장은 자신이 ‘옥스퍼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해 부당하게 지적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반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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