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구매 선금 25억 줬는데…” 양양군 충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30일 03시 00분


설악산 케이블카 무산 후폭풍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마지막 관문에서 좌초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환경 훼손 우려와는 별개로 보고서 조작 의혹을 비롯한 절차적 하자, 승인·평가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 등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에너지타운, 물산업클러스터 등 ‘박근혜표’ 환경 정책도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서 부결되자마자 케이블카 설치를 최대 숙원 사업으로 여겼던 강원 양양군 주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양양군은 케이블카 승인 여부가 판가름 나는 마지막 법적 절차였던 문화재위 심의 결과를 낙관하고, 이미 케이블카 차량 제작사와 설비 구매계약을 맺은 뒤 약 25억 원에 달하는 선급금까지 지급한 상황이었다.

 양양군은 29일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카 설계안을 변경해 다시 심의를 받는 것은 가능하지만 환경영향평가 등 지난한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밟아야 한다. 또 다른 설치 예정지 후보군 역시 환경 파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심의를 거쳐도 또다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 철회 외에 다른 방안을 찾기 어렵지만 지역사회의 반발이 변수다. 당장 양양군 번영회 등은 오색케이블카 사업 좌초에 대해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29일 번영회는 양양군의 투명하고 진솔한 사죄와 오색케이블카에 관련된 혈세 투입 내용 공개, 앞으로의 대응책 제시, 선출직 정치인과 군민 공동 회의체 구성 등을 촉구했다.

 케이블카 사업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환경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환경영향평가에 불리한 내용이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또 당초 오색케이블카에 대해 경제성이 높다고 판단했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산양 및 멸종위기종에 대한 정밀 조사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의견서를 낸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 같은 환경 파괴 논란에 적극적으로 해명해 온 환경부로선 이번 문화재청의 부결 결정으로 경제 논리에 굴복해 환경 문제를 외면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케이블카 사업 외에 박 대통령이 중점 추진해온 환경 분야 정책도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모범”이라고 치켜세웠던 ‘친환경에너지타운’은 일부 지역에서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 속에 무산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올 6월 친환경에너지타운을 신청한 충남 보령시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최근 사업계획을 철회했다. 보령시 관계자는 “당초 연간 10억 원 이상 수익이 나는 것으로 예상했는데, 타당성을 평가해 보니 오히려 연간 수억 원을 손해 보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물산업클러스터 사업도 국회에서 물산업진흥법 심사가 늦어져 정책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임현석 lhs@donga.com / 양양=이인모 기자
#양양군#설악산#케이블카#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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