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핵실험 끝낸 北… 최근 도발 돌연 중지
새정부 출범 앞둔 미국 겨냥… 대화시도 앞두고 한국에 대화 제시할 것
북한의 핵실험으로 시작된 격동의 2016년이 끝나려 한다.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9월 9일에 제5차 핵실험이 실시됐다. 9월 20일에는 ‘정지위성 운반용’ 신형 로켓엔진 분출 실험이 이뤄졌고, 김정은이 발사 준비를 서두르도록 지시했다고 보도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10월 15일과 20일 무수단 시험발사가 실패한 후 이런 군사 도발은 돌연 중지됐다. 무수단 시험발사는 성공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였고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전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부르는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강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군사 도발이 딱 멈춰 버렸다. 한국에서 표면화된 최순실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실제로 10월 25일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사과했고 10월 31일에는 최순실이 검찰에 소환됐다. 11월 5일부터는 토요일마다 대규모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격동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다. 12월 9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이제 헌법재판소의 사법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 예상대로 내년 3월이나 4월에 판결이 나온다면 5월 또는 6월에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가능성은 적지만 만약 탄핵소추가 기각된다면 한국 정세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은 한국의 국내 정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10월 말 이후 지금까지처럼 단지 평온하게 관찰만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트럼프 정권의 정책과도 관련되면서 한반도의 정세는 올해 이상으로 복잡하고 큰 진폭으로 움직일 것이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 한번 대담하게 예상해보자. 겸손하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새해가 목전이니 용서해 주길 바란다.
첫째, 북한이 전개하는 것은 올해와 달리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군사 도발보다는 오히려 대화 공세일 것이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핵무기와 미사일 실험에 의해 북한 당국은 당면한 기술적 실험의 대부분을 이미 끝내 버렸다. 원래부터 이것들은 전쟁수행 능력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억지 능력 향상을 위한 것이며 외교 교섭 수단이기도 하다.
게다가 현재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뒤집기 위한 8년에 한 번 있는 좋은 기회다. 거기에 타이밍을 맞추는 것처럼 박근혜 정권이 위기에 처해 남북대화에 더 적극적인 야당 정권이 탄생하려 하고 있다. 지금은 한미를 이간질하고 한국 내 좌우를 대립하게 만들 절호의 기회다.
둘째, 이런 관점에서 북한의 대화 공세는 3, 4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염두에 두고 연초부터 적극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이것이 한국 대통령 선거의 쟁점이 될 것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2015년의 경우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것에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고, 며칠 후 “한미 양국이 연합군사훈련을 임시로 중지하면 북한도 핵실험을 임시로 중지하겠다”는 정부 제안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셋째, 대화 공세는 일단 한국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왜냐하면 신(新)정권 출범과 함께 대북정책 재검토가 시작되더라도 미국의 정책이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반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권 각료들에게도 이는 쉬운 작업이 아닐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남북대화를 선행하고 그 성과를 미국 정부로부터 승인받는 것이 상책이다.
넷째, 일단 남북대화가 개시되면 급속하게 진전될지 모른다. 북한은 추석 이산가족 상봉으로 시작해 고위급 회담을 정하고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 재개로 나아갈 것이다. 북쪽이 최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면 한국의 차기 대통령은 여기에 응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 직후 정권 출범을 위해 미리 철저한 평화통일 외교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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