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2016년은 한국인의 인내력을 시험에 들게 만든 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해마다 한 해 끝자락에서 ‘올해는 정말 다사다난했다’고 되뇌었으나 올해는 유독 심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온 나라가 휘청거리면서 국민이 마음 붙일 곳을 찾기 힘들었다. 북핵 실험부터 경주 지진,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 한반도를 강타한 대형 악재를 되짚어보면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극한직업에 버금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내우외환의 병신년(丙申年)에는 어느 해보다 암울한 기사들이 많이 쏟아졌다. 부정적 사건에 주목하는 것이 그날그날 뉴스를 추적하는 미디어의 속성인지라 2016년을 ‘우리 생애 최악의 해’로 꼽는 독자들도 꽤 많을 법하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
이제 막 작별하는 1년을 최악의 해라고 믿는 건 이성적 판단이기보다 세계인의 보편적 감성이다. 경제학자 겸 미디어비평가 맥스 로저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인간 심리는 ‘상황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고 한다. 인류가 진화 과정을 통해 긍정적 변화에는 무심해도 상관없지만 위험 신호는 단 한 번이라도 놓칠 경우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체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면 1981년 세계 인구 중 44%가 극빈계층의 삶을 살았지만 2015년엔 그 비율이 10%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극빈층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역사의 긍정적 변화는 대개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기에 간과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게 나라냐”며 한탄하는 와중에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초인종 의인’ 고 안치범 씨를 떠올리고, 평화적 촛불시위를 돌아보면서 우리 곁에 희망의 싹이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도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으며 2016년을 고이 배웅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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