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친박 핵심’ 탈당하라는 인명진, 與서 발빼기 명분용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31일 00시 00분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친박(친박근혜) 핵심 인사들에게 1월 6일까지 자진 탈당하라고 요구했다. 인 위원장은 “1월 8일 모든 결과와 제 거취를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해 탈당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할 뜻을 시사했다. 친박 핵심들은 “우리 손으로 데려온 청부업자에게 당하는 격”이라며 강력히 반발해 1년 내내 시끄러웠던 새누리당이 세밑까지 싸움질을 벌이는 모습이다.

 인 위원장은 탈당 대상자를 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았지만 ‘당을 이끌었던 사람 중 남아 있는 사람’, ‘박근혜 정부 주요 직책에 들어갔던 사람’, ‘4·13 총선에서 패권적 행태를 보인 사람’,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지나친 언사로 못난 행태를 보인 사람’이라고 지목했다. 서청원 최경환 이정현 윤상현 의원 등을 청산 대상이라고 한 것이다. 인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도 탈당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탈당) 원칙에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의 지적은 백번 옳지만, 친박 패권주의로 당을 말아먹은 핵심들이 자진해서 탈당할 정도라면 새누리당이 여기까지 오지 않았다. 9일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다수의 힘으로 친박 정우택 원내대표를 선출한 사람들이 친박이다. 결국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당에 남고, 책임을 물은 사람들이 당에서 밀려나 창당한 것이 개혁보수신당이다.

 인 위원장에게 묻고 싶다. 과연 탈당 요구가 관철될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는가. 탈당 요구가 비대위원장 사퇴 명분 쌓기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인 위원장은 탈당을 요구하면서 “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창설한 사람인데, 영구 제명을 당했다. 평생의 내 명예를 다 잃었다”라고 개탄했다. 경실련은 인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수락하자 제명 조치했다. 실현 불가능한 요구를 던져 놓고 멋지게 사퇴하는 모습으로 실추된 ‘평생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것인가.

 인 위원장의 탈당 요구가 관철된다면 새누리당도 마지막 쇄신의 전기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라고 했다. 실현 불가능한 요구를 하며 자신의 몸값이나 높이려 했다면 애초에 비대위원장 직을 맡지 말았어야 옳다. 비대위원장 직을 수락한 이상 가능한 일부터 점진적으로 새누리당의 개혁을 지휘하는 것이 순리(順理)다. 새해를 새누리당의 이전투구를 보며 시작해야 하는 국민은 피곤하다.
#새누리당#인명진#친박#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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